얼마 전 아들을 키우는 분과 대화를 나누다 ‘아들TV’란 유튜브 채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위한 채널이라고 했다. 아들연구소 최민준 대표가 운영하고 있었다. ‘아들을 이해하기 힘든 아들맘을 돕습니다. 딸로 태어난 엄마는 이해하기 어려운 아들의 세계’. 연구소에 대한 설명이었다. 나 역시 딸로 태어난 아들의 엄마. 단번에 연구소 콘텐츠에 빠져들었다.
아들은 왜 엄마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지(원래 남자는 목소리를 잘 못 듣는다), 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지 않는지(같은 반 딸 엄마를 통해 듣는 게 제일 효과적이다), 어떻게 과제를 스스로 하게 할 수 있는지(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한다)…. 심리적, 사회적 특성을 바탕으로 남아를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를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었다. 심지어 아들을 위한 한글과 수학 교재를 따로 팔았다. 왜 나는 이제야 이 연구소를 알게 됐단 말인가.
아들TV 구독자는 60만명에 가까웠다. 호기심에 ‘딸TV’도 찾아봤다. 아들TV와 비슷한 성격의 딸TV는 없었다. 남편TV나 아내TV도 검색했지만 찾지 못했다. 다만 SNS에서 ○○남편연구소란 곳을 발견했는데 팔로어가 140여명에 불과했다. 한 포털에는 아내연구소가 있었다. 관심 고객은 5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온라인 콘텐츠 기준으로 보면 자녀와 부모로 구성된 가족 구성원 중에서 남아가 가장 압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아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잘 키우고 싶은 엄마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일 테다.
앞으로 아들TV와 같은 자녀 양육 관련 콘텐츠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부모 세대는 대가족이나 지역 공동체 안에서 자녀 양육에 대한 지혜와 조언을 구했지만, 지금 부모 세대는 대다수가 핵가족이다. 이웃과의 연결 고리를 찾기도 어렵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는 이미 2006년부터 TV를 통해 ‘육아 멘토’로 유명해졌다. 우리는 TV나 유튜브와 같은 채널을 통해 만나는 전문가로부터 육아와 훈육의 정보를 얻는 데 익숙하다. 덕분에 우리 사회의 자녀 발달 이해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는 느낌이다.
문제는 이런 정보들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나 오 박사는 대체로 개별적인 상황 속에서 아이의 성향을 진단하고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조언한다. 하지만 그 조언을 내 아들이나 딸에게 적용하다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들 관련 콘텐츠는 남아에 대한 일반적인 양육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아들이 그 원리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통계적으로 남자아이들은 소리에 덜 민감하지만 어떤 남자아이는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설 수 있다. 특정한 아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자녀의 기질뿐만 아니라 부모와의 역동, 특수한 양육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부모는 전문가들이 가르쳐준 대로 해도 양육이 잘 안 된다고 한다. 문제에 맞는 공식을 적용했는데,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듯 답답함을 호소한다.
자녀 양육은 정답 찾기와는 다른 것 같다. 성장은 아이의 몫이다. 아이 수만큼 다양한 풀이 과정과 다채로운 결과물이 나온다. 부모는 이 성장 과정의 조력자나 촉진자가 돼야 하지 않을까. 일부 엄마는 수학을 공부하듯 아들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직업까지 정한다. 자녀 인생의 주도자가 되려는 모습이다. 아이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먼저 잘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아들한글’ ‘아들수학’을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의 열심이 어쩐지 두렵다.
강주화 산업2부장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