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되면 어느덧 한 해의 절반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에 경악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기억력 감퇴 때문이라고 한다. 기억을 통해 과거를 측량하기 때문에 기억의 용량이 줄어들면 과거의 총량 역시 감소한다. 기억 속에 각인되는 순간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과거가 적어진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반년을 돌아보면 시간은 역시나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흩어져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욱 촉박하게 흐른다는 감각이 슬프거나 아쉽지만은 않다. 이 세계가 나에게 무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봄꽃들, 여름의 빛, 가을의 바람, 겨울의 눈 내린 풍경 같은 것들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영원이라는 착각으로부터 벗어나 세계의 유한성을 깨닫게 된 이후로 이곳은 더욱 아름답고 애틋하다. 분노나 미움보다는 사랑의 방식을 택하게 된다. 나의 죽음이라는, 이 세계와의 영원한 이별의 순간을 상상하면 지금의 일시적이고 부정적인 감정들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이어령 선생은 노년의 인터뷰에서 삶에 주어졌던 “모든 것이 기프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삶은 너무 짧고, 이 삶에 주어진 세상 역시 너무나 잠깐의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은 반복된다.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이 순간은 어린 사촌동생과 나와 할머니 모두에게 다른 방식으로 남는다. 가장 어린 사람이 가장 오랫동안 이 시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언제나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각자 다른 기억을 간직하게 된다는 사실은 조금 외롭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나누며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짧은 생에서 작은 위안이 된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