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사진) 국토교통부 장관이 ‘벌떼 입찰’로 공공 택지를 부당하게 얻어낸 뒤 2세 회사를 지원한 혐의를 받는 호반건설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벌떼 입찰이란 건설업계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공공 택지 추첨에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마구잡이로 참여, 낙찰 성공률을 높이는 행위를 뜻한다. 만약 공공 택지 추첨에 참여한 계열사가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짜 회사)라면 현행법 위반이다.
원 장관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호반건설이 벌떼 입찰로 알짜 공공 택지를 대거 낙찰받은 뒤 두 아들 회사에 양도해 번듯한 회사 사장으로 만들었다”면서 “정말 화가 난다”고 밝혔다. 이어 “2013~2015년 벌어진 이 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지만 두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분양 이익으로만 1조3000억원을 벌어들였다”면서 “국토부에서 해당 시기 등록 기준 충족 여부를 조사한 뒤 더 자세한 불법성 여부는 경찰·검찰 수사로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적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2010~2015년 벌떼 입찰로 낙찰받은 경기 화성시 동탄·김포시 한강·의정부시 민락 등 공공 택지 23곳을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에 넘겼다. 호반건설주택은 호반건설 창업주 김상열 호반장학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이, 호반산업은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가 소유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해당 택지에 직접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면 9100억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도 이를 포기한 채 장·차남 회사에 최초 공급가만 받고 넘겼다. 이런 부당 지원은 ‘꼼수’ 경영권 승계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주택은 호반건설의 지원을 받아 몸집을 불린 뒤 2018년 1대 5.89 비율로 호반건설에 합병됐다.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은 호반건설 지분 54.7%를 취득했다.
국토부는 건설업계에 깊게 뿌리내린 벌떼 입찰 관행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국토부 요청에 따라 호반건설뿐 아니라 중흥건설 대방건설 우미건설 제일건설 등에 대해서도 벌떼 입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