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물고기 ‘코이’

입력 2023-06-17 04:10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작은 어항에서 기르면 10㎝이상 자라지 않지만, 수족관이나 연못에서는 30㎝까지 큰다. 강물에 방류하면 120㎝까지 성장한다. 같은 물고기지만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가 되고 강물에 풀어두면 대어가 된다.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이 여기서 나왔다. 같은 사람이라도 주변에서 마음을 다해 도와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진다. 특히 장애가 있거나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는 어항이 아니라 강물처럼 도와주는 환경이 중요하다.

코이라는 낯선 이름의 물고기는 알고 보면 우리에게 친숙한 비단잉어다. 코이는 일본어로 잉어라는 뜻. 세계적으로 코이로 불리는 건 비단잉어가 특히 일본에서 ‘헤엄치는 보석’이라 불릴 정도로 사랑받기 때문이다. 비단잉어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개량으로 유명한 일본 니가타현 오지야시가 코이의 본산으로 꼽힌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코이를 소환했다. 그는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물고기 코이의 비유로 우리 사회 약자를 위한 정치권과 정부의 역할을 되새겼다. 안내견 ‘조이’와 함께 나온 그는 “저는 장애인 당사자이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비례대표 의원”이라며 장애인 정책 방향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백미는 김 의원의 마무리 발언이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주시기를 기대한다.” 그의 발언은 울림이 컸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코이들이 많으며 이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어항들이 수두룩하니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그의 연설에 “입법과 예산, 정책으로 응답하겠다”고 했다.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하던 국회에서 모처럼 품격을 보여준 김 의원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