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하한가 사태’ 관련자 출금… “어느 정도 사실관계 확인”

입력 2023-06-16 04:03
이복현(왼쪽) 금융감독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통정매매 여부를 조사하는 등 시세조종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정매매는 미리 합의된 시간과 가격에 주식을 사고팔면서 주가를 띄우는 불공정거래 행위다. 하한가로 내려선 종목이 최근 3년여간 큰 변동성 없이 상승했고, 일부 종목의 경우 소수 계좌에서만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전날 하한가로 주저앉은 동일산업 대한방직 만호제강 방림 동일금속 등 5개 종목과 관련해서 통정매매 여부를 가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15일 “해당 종목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렸는지 확인하는 것이 불공정거래 판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무더기 하한가 종목 5개 상장사는 꾸준히 주가가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호제강은 최근 3년간 368.8%나 상승했다. 방림(335.2%)과 동일산업(294.9%) 동일금속(184.4%) 대한방직(141.7%)도 특별한 이슈나 호재 없이 주가가 크게 뛰었다.


특히 만호제강, 방림, 동일금속에 대해서는 소수의 개인과 외국인 계좌에서 거래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관련자들끼리 주식을 주고받는 통정매매 의혹이 커진 상황이다. 주가가 폭락한 이들 5개 상장사는 거래소의 불공정거래 풍문에 관한 조회공시 요구에 모두 “현재까지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금융당국은 5개 종목의 이상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해당 종목과 해당 사안은 꽤 오래전부터 챙겨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주가 특이 동향과 원인 등 관련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국민들께 결과를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한가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온라인 주식 카페 운영자 강모씨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증권사 신용거래 중단 때문에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 증권사는 5개 종목의 폭락 전 신용거래 불가종목으로 이들 종목을 지정했다. 다만 시장에선 해당 종목의 신용잔고율이 하한가 사태 이후에도 크게 낮아지지 않아 강씨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단성한)는 이날 강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 강씨를 포함한 관련자를 출국 금지했다. 강씨가 운영하는 회원 수 6000여명의 온라인 카페에서는 이번에 하한가로 내려선 5개 종목이 꾸준히 추천 종목으로 거론돼왔다. 강씨는 시세조종 혐의로 지난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원이 확정된 전력이 있다.

검찰은 계좌추적과 함께 강씨 자택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해 시세조종 혐의와 주가 폭락의 원인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이어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또 발생하자 불공정거래 특별 단속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광수 김준희 김재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