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개통 땐 청약 철회 제한… 대법 “이통사 약관은 부당”

입력 2023-06-16 04:03

이동통신서비스와 휴대전화 단말기를 ‘묶음 계약’한 고객의 청약 철회권을 사실상 제한하는 내용의 이통사 약관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5일 한국소비자연맹이 KT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방문판매법 등에 따르면 인터넷·홈쇼핑·전화권유 등의 경로로 구매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일정기간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제품을 사용해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는 철회가 제한된다. 앞서 한국소비자연맹은 2015년 12월 이통3사를 상대로 청약철회권 행사 제한을 금지하라며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KT에서 이동통신서비스 개통과 휴대전화 구매를 묶음 계약한 소비자들은 통신서비스 철회시 단말기는 보유하고 단말기 지원금 등 위약금을 반환해야 한다. 원고는 이런 행위는 부당한 제한이며 단말기도 반환하고 위약금 납부도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은 약정기간 내 통신 계약을 철회하면 지원금 등 반환은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통신서비스 계약 청약철회권이 보장되려면 단말기 계약의 청약철회권도 보장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소비자는 단말기지원금 반환을 감수하고 통신서비스를 철회하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라 사실상 통신서비스 철회권 제한 효과가 초래된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 행사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며 “소비자가 아직 단말기를 배송조차 받지 않은 때나 단말기 포장을 개봉하지 않은 경우 등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청약철회권 제한 여부·조건 등을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SK텔레콤이 피고인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원심은 이동통신서비스 회선이 일단 개통되면 관련 서비스 가치가 현저히 감소해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서비스가 일부 사용됐더라도 청약철회권 행사를 막을 정도로 가치가 감소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