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노조 회계공시해야 세액공제 혜택… 노동계 “탄압”

입력 2023-06-16 00:03
15일 오후 서울 건설회관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건설노조 탄압중단 집회에 앞서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는 노조의 세액공제 혜택을 박탈하는 내용의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의 핵심 조치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내년부터 양대 노총과 산하조직은 회계를 공시해야 노조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노동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서면서 노정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조법 및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의 대형 노조 및 산하조직이 매년 4월까지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세액공제 혜택은 사실상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응하는 공공성·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현재 노조비를 낸 근로자는 기부금의 15%를 세액공제 받는다.

공시 의무는 조합비 배분 등을 통해 세제 혜택을 공유하는 상급단체나 산하조직에도 적용된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이 공시를 거부하면 산하 노조까지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 개정안 시행시기에 맞춰 올해 결산서류를 공시한 노조에만 2024년 회비 납부분에 대해 세액공제를 제공할 방침이다.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은 9월까지 노동 포털에 구축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그동안 관련 규정이 없었던 노조 회계 감사원의 자격을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명문화했다. 아울러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경우’나 ‘조합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회계사나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장관은 “기부금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는 조직은 대부분 회계 투명성을 전제로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노조는 특혜를 받아왔다”며 “조합원 수 기준으로 전체 노조의 73%인 210만명 정도가 개정안의 적용을 받지만, 실질적으로는 90% 이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시행령 개정안의 목적이 지원이 아닌 ‘협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개정에 반대하면 노조를 회계 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며 “정말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고 싶다면 기업 회계 위주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회계 담당자를 교육하는 시스템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노조법상 이미 존재하는 규제를 없다고 주장하며 노조의 자주성과 단결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시행령 개정은 국회 심의가 필요 없는 만큼 노조 등 이해당사자에 대한 보다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사관행개선자문단과 여론조사, 정부·여당을 통해 여러 의견을 들었다”며 “입법예고 기간에도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