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예치 1·2위 업체 연이어 입출금 중단… 수천억 발묶여

입력 2023-06-16 04:02

국내 가상자산 예치서비스 업체 ‘하루인베스트’에 이어 ‘델리오’까지 돌연 입출금을 중단하면서 투자자들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 묶인 투자자들의 예치금 규모만 수천억원대로 추산된다. 지난해 ‘고파이 사태’처럼 코인업계에서 비슷한 사태가 반복되고 있지만 규율 공백이 여전해 투자자들이 보호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델리오는 전날 “최근 하루인베스트에서 발생한 디지털 자산 입출금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됐다”면서 “(14일) 오후 6시 30분부터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일시적인 출금 정지 조치를 진행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델리오는 코인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국내 가상자산 예치서비스 1위 업체다.

업계 2위인 하루인베스트도 지난 13일부터 입출금 서비스를 돌연 중단한 상태다. 이 업체는 디지털 자산을 예치하면 연이율 최고 12% 이자수익을 내주는 서비스를 앞세우며 코인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하루인베스트는 투자자가 예치한 코인을 일종의 펀드처럼 굴리며 자금을 운용하는데, 이 규모만 수천억원대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창출은 거래소별 코인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로 이뤄지는데, 2019년 서비스 시작 이래 누적 거래액만 3조원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난해 고파이 악몽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고파이는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예치서비스다. 지난해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사태로 고파이를 운영하던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이 파산하면서 국내 투자자들 자금 500억원 가량이 여전히 묶인 상황이다. 고팍스는 투자자들에 원금과 이자 상환을 약속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잇따른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장치는 미흡하다. 현재로선 코인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으려면 반환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은행처럼 예치금 보호 한도가 있거나, 증권사 파산 때 예치금을 보호해주는 식의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금융정보법은 고객 예치금을 사업자 고유재산과 분리 보관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 예치방안은 별도규율이 없는 데다 외부기관 개입없이 가상자산 사업자 스스로 분리보관하는 데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겨우 넘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이 법안에는 예치금 용도의 투자자 돈을 은행 등 금융사에 준하는 제3의 기관에 신탁하게 하는 조항이 담겼다. 다음 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된다고 하더라도 발효까지는 1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소급 적용 조항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정재욱 국민의힘 디지털가상자산특위 위원은 “코인거래소가 파산하거나,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경우 지금으로선 가압류 신청 형태로 반환청구 권리를 보전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