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신흥 경제5개국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 의사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에 중국 관영 매체가 “찬사와 존경을 보낸다”고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중국은 유럽의 주축인 프랑스가 개발도상국이 모인 브릭스에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외연 확장을 의미한다고 반색하는 분위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5일 “프랑스 언론이 ‘약간 미쳤고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논평한 마크롱 대통령의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은 이념적·지정학적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엘리제궁이 마크롱 대통령의 회의 참석 여부를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고, 서로 다른 진영 간 가교 역할을 하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며 “이는 프랑스의 위상을 돋보이게 하고 역사적인 업적을 남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을 국빈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두 차례 만나는 등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이어 귀국길에 “유럽은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고 말해 미국과 동맹국의 질타를 받았고 중국 매체들은 그를 적극적으로 엄호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으로 구성된 브릭스는 사실상 리더 역할을 하는 중국 주도 아래 탈미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릭스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개최한 외교장관회의에선 주요 7개국(G7) 모임에 맞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15개국 외무장관 등을 초청해 브릭스 친구 회의를 열고 세를 과시했다. 브릭스 5개국에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1%가 거주하고 있고 이들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다. 주요 산유국이 가세하면 경제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20여개국이 공식·비공식적으로 가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게오르기 보리센코 이집트 주재 러시아대사는 14일 “이집트가 정식으로 브릭스 가입 신청을 했다”며 “현재 논의 중인 의제는 달러 이외의 다른 통화로 무역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가 가세하면 브릭스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에 더해 중동 국가까지 포함하게 된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