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마을목회·생명… 엔데믹 시대 목회가 갈 길은

입력 2023-06-16 03:02
세뛰새KOREA가 주최하는 플랫폼데이에 대표 논찬자와 좌장으로 참석하는 목회자들이 15일 경기도 하남의 한 카페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교회의 목회 키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일 장신대 은퇴교수, 이박행 복내전인치유센터 목사, 서정오 원로목사. 하남=신석현 포토그래퍼

세뛰새KOREA(세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플랫폼)가 오는 19~20일 강원도 춘천석사교회(손학균 목사)에서 ‘플랫폼데이’를 연다. 플랫폼데이는 일방적인 강의식 세미나에서 벗어나 참석자들이 각자 이야기를 나누는 쌍방향 콘퍼런스다.

대표 논찬자와 좌장으로 나설 서정오(71) 동숭교회 원로목사와 한국일(68) 장로회신학대 은퇴교수, 이박행(61) 복내전인치유센터 목사를 15일 경기도 하남의 한 카페에서 만나 엔데믹 시대 목회 현장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들어봤다.

은퇴 후 경기도 광주 진새골영성훈련원에서 생활영성운동을 펼치고 있는 서 목사는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에 그 어느 때보다 영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 개념조차 제대로 서 있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영성은 관계인데 매 순간 주님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분의 능력과 임재 속에 살아가는 걸 의미한다”며 “자기 생애를 과거부터 지금까지 돌아보면서 주님께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묻거나 천천히 걸으면서 하나님과 대화하는 등 삶 속에서 주기적으로 시간을 비워두고 영성에 투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대사회 신뢰 회복 방안 중 하나인 ‘마을 목회’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한 교수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모이는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면 이젠 ‘세상으로 나가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다종교사회와 세속주의 속에서 예수님을 믿다 보니 교회라는 공동체에 소속되는 게 중요했다”며 “그런데 교회가 점차 한국사회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방주적·분리적·건물적·프로그램적 교회가 되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이웃과 어울려 살았던 예수님처럼 세상과 함께 마을 목회를 하기에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동네 사람들과 더불어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하면서 잃어버린 공신력을 회복해야 한다”며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마을 목회를 하는 ‘강호의 숨은 고수’가 많다. 이런 교회를 한데 묶고 연대하는 것도 플랫폼데이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지속 가능한 사역을 위해 ‘생명·생태목회’를 제안했다.

그는 “현재 교회는 탄소중립 운동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과 광물까지도 하나님의 피조물로 생각하면서 생명 목회를 실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총회와 노회는 생명·생태목회 매뉴얼을 제공해야 하고 통섭적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랫폼데이에는 이 밖에도 선교단체 전·현직 대표들과 캠퍼스 사역자들이 만나는 ‘캠퍼스 사역자 포럼’을 비롯해 ‘설교 코칭’ ‘말씀묵상과 경건’ ‘번아웃 이겨내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경기도 안산동산교회(김성겸 목사)가 한국교회를 섬기기 위해 시작한 세뛰새KOREA는 다양한 형태의 교회와 단체가 경계와 이념을 뛰어넘어 머리를 맞대는 연합운동을 지향한다.

하남=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