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협,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반대는 명분 없다

입력 2023-06-16 04:02
정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15일 국회에서 백혜련 정무위원장이 법안 통과를 위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최현규 기자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을 간소화하는 법안이 14년 만에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최종 통과되면 보험 가입자는 진료 후 별도의 서류 준비 없이 병원에서 즉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40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의 편의를 위한 법안으로 환영할 만하다. 의료계가 이를 민간 보험사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으나 명분이 없는 일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5일 전체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남은 단계는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뿐이다. 그동안 실손보험을 청구하려면 보험 가입자가 직접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보험사에 방문 또는 우편으로 제출하거나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진을 찍어서 보내야 했다. 개정안은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고, 가입자가 요청할 경우 병원이 중계기관을 거쳐 필요한 자료를 보험사에 전송하도록 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나 보험사들이 대체로 바라는 것이다. 2021년 설문조사 결과, 서류 제출이 귀찮아서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는 가입자가 47.2%에 달할 정도였다. 보험사들도 보험금 심사 효율화, 서류 보관 비용 절감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의료계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로 공론화됐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 보험사의 편익만을 위한 개정안”이라며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진료기록 자료의 보험사 전송을 거부하고 위헌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했는데 안 될 일이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민감한 의료 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보험사들이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철저한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개정안은 정보를 전달하는 중계기관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중계기관을 향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그런 만큼 의료계가 반대할 명분이 적다. 의협은 반대 입장을 철회하고 실손보험 간소화에 협력해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