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가 6월 A매치 2연전으로 사실상 첫 시험대에 오른다. 기존 주축 선수들이 일부 이탈이라는 암초가 있지만, 위기상황 타개 능력을 확인하고 뉴페이스를 발굴할 기회이기도 하다. 부임 후 승리가 없는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 변화”를 예고하며 첫 승 사냥에 나섰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15일 페루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두고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외파는 시즌을 마쳤고, K리그 선수들은 시즌 절반을 마치고 합류해 3월(A매치)과 상황이 다르지만, 3월에 보여준 좋은 경기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페루, 엘살바도르와의 2연전은 클린스만 감독의 의중이 실질적으로 반영된 첫 A매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민재(나폴리)가 기초군사훈련으로 빠졌고, 김영권(울산) 권경원(감바 오사카) 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특히 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시즌을 마치고 탈장 수술을 받아 컨디션이 온전치 않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은 일단 벤치에서 함께 할 것”이라며 “호전되고 있고, 본인도 경기 출전을 희망하지만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분명 전술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변화 속에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뉴페이스들의 경쟁을 부추겼다. 특히 김민재-김영권이 빠진 중앙수비 라인에서의 변화가 불가피하고, 측면에서 생애 처음 A대표팀에 발탁된 안현범(제주)이 K리그1에서의 돌파능력과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일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다음 월드컵에서 대표팀 기둥이 될 ‘차세대’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주목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는지 보는 게 코칭스태프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 중심에 이강인(마요르카)이 있다. 벤투 체제에서 중용되지 못했던 이강인은 무력시위로 결국 카타르월드컵 티켓을 쟁취해 맹활약했다. 3년 뒤에는 팀 에이스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대표팀은 내년 아시안컵과 다음 월드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병행해 운영해야 한다”며 “3년 뒤 월드컵에는 현재 노장 선수들이 많이 출전하지 못하고, 이강인 등은 전성기를 맞을 것이므로 이들을 중심으로 전술 운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빌드업 축구와 차별화된 전술적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김 해설위원은 “큰 틀이 변하진 않겠지만 벤투 감독의 빌드업을 유지하느냐 변화를 주느냐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벤투호는) 측면을 올려서 공격에 가담시키는 식으로 똑같은 유형의 빌드업을 고수해 상대가 측면을 틀어막으면 공격 활로를 찾기 어려웠다”며 “어떤 전술형태로 차별화를 시도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