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기현 대표 100일, 야당 비판보단 정치 복원 해법 찾아야

입력 2023-06-16 04:03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김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이후 당이 안정화됐고 건강한 당·정·대 관계가 자리 잡았으며, 국민통합 행보에도 힘을 쏟았다고 자평했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시대정신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김 대표의 100일에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김 대표와 함께 선출된 최고위원 5명 중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이 잇따른 설화를 일으켜 중징계를 받았고, 태 최고위원은 사퇴했다. 나머지 최고위원도 여러 구설에 올랐다. 김 대표는 건강한 당·정·대 관계라고 했지만 외부에서는 대통령실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도 빈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선거제 개편 얘기가 나왔지만 협상은 진전이 없다. 총선 1년 전 선거구 획정이라는 공직선거법 규정도 이미 어긴 상황이다. 겉으로는 정치개혁을 말하면서도 실질적인 협상은 하지 않는 셈이다.

국민통합은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김 대표는 여러 차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을 말했으나 실제로 만남이 성사된 적은 없다. 물론 여야 간 대화가 없는 것을 전적으로 국민의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다만 경중을 따지면 결국 여당의 책임이 크다. 김 대표는 지난 100일 동안 민주당 비판에 온 힘을 쏟았다. 야당을 설득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여당 대표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주당 입법 강행-국민의힘 비판-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공식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야당 비판이 여당 대표의 주요 임무는 아니다. 김 대표는 지금부터라도 정치를 복원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윤 대통령을 설득해서라도 대화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김 대표가 공언한 외연 확장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