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포된 불법촬영물, 피해자 특정 안돼도 처벌 가능”

입력 2023-06-16 04:06
사진=뉴시스

피해자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불법 촬영물이라도 인터넷에 올릴 경우 처벌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5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 이용 촬영·반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9월 신원을 알 수 없는 남녀가 침대에 앉아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 1장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조사 결과 해당 사진은 남성이 여성의 동의 없이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 중 일부를 캡처한 것으로 추정됐다. 검찰은 A씨가 음란물을 유포했다고 보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 속 남녀가 신체를 접촉한다거나 성적 관계가 연상되는 자세를 취하지 않아 음란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해당 사진이 피해자 동의 없이 인터넷에 게시됐다며 2심에서 성폭력처벌법 혐의를 추가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본) 동영상 속 남성 또는 여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몰래 촬영한 것처럼 연출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동영상 속 대화 내용 등을 고려하면 몰래 촬영된 영상으로 보이고, 캡처된 사진 속 남녀의 얼굴과 신체적 특징 등으로 피해자 특정이 가능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는 사진 속 남녀로부터 사진 반포에 관해 어떠한 동의를 받지 않고 인터넷 검색으로 사진을 취득해 이를 게시했다”며 “사진 반포는 촬영 대상자들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고, 피고인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