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손열음과 국악의 만남 ‘여우락 페스티벌’

입력 2023-06-16 04:02
대금 연주자 이아람(오른쪽) 예술감독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2023 여우락 페스티벌 폐막공연 ‘백야’에서 함께한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대표 여름 음악 축제인 ‘여우락 페스티벌’(이하 여우락)이 오는 30일 개막한다.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뜻의 여우락은 전통음악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어우러지며 과감한 실험을 통해 우리 음악의 현주소를 제시해왔다. 또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관객 수 7만1000여명, 평균 객석점유율 91%를 기록하는 등 두터운 팬층을 자랑한다. 14회째인 올해도 모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올패스 패키지’가 지난달 16일 예매 오픈 당일 모두 매진됐을 정도다.

올해 여우락은 7월 22일까지 국립극장의 달오름극장·하늘극장·문화광장에서 ‘축제하는 인간’을 주제로 세대·국적·장르를 넘어서는 12편의 공연을 선보인다. 대금 연주자 겸 프로듀서 이아람이 예술감독, 타악 연주자 황민왕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아람 예술감독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팬데믹 등으로 페스티벌을 찾기 어려웠던 관객들의 축제본능을 깨워서 즐기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신명과 치유의 시간을 선사하겠다”고 말했고, 황민왕 음악감독은 “지금보다 대중성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연희라는 큰 틀 안에서 다양한 협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우선 전통 예술의 매력과 가치를 재발견하는 무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개막작 ‘불문율’(6월 30일)은 명창 윤진철과 무녀 김동언이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와 동해안별신굿의 ‘심청굿’을 번갈아 주고받는 공연이다. 판소리 창작자 박인혜는 지화(종이꽃) 작가 정연락, 음악그룹 나무의 최인환과 함께 제주도 무속신화 ‘생불할망본풀이’를 새로운 무대 어법으로 풀어낸 ‘종이 꽃밭: 두할망본풀이’(7월 1~2일)를 선보인다. 전국 각지 14개의 탈춤을 젊은 탈꾼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천하제일공작소의 ‘가장무도: 탈춤의 연장’(7월 4~5일), 영남과 호남에서 30년을 농악판에서 보낸 유순자, 손영만 두 명인의 첫 합동무대인 ‘추갱지르당’(7월 19~20일) 등을 마련했다.

장르를 넘어서는 국내외 아티스트의 협업 무대는 여우락에서만 볼 수 있다. 전통음악 기반의 포스트 록 밴드 잠비나이의 해금 연주자 김보미와 4인조 록 밴드 스쿼시바인즈가 만난 ‘신:지핌’(7월 6일), 민속음악과 재즈를 넘나드는 일본 출신 사토시 다케이시와 전통음악과 현대의 즉흥음악을 넘나드는 타악 연주자 황민왕 음악감독의 ‘장:단(長短)’(7월 8~9일), 가나 출신 전통 현악기 연주자 킹 아이소바와 사물놀이 그룹 느닷의 ‘리듬 카타르시스’(7월 13~14일), 전자음악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그룹 모듈라서울이 불교음악을 만난 ‘lull~유영’(7월 18일)은 각기 다른 음악어법이 조화를 이루며 동시대 음악으로 재창조되는 현장을 보여준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백야’(7월 21~22일)에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대금 연주자 이아람 예술감독이 함께한다. 이번 공연은 새로운 해석을 담은 친숙한 클래식 음악부터 실험성 가득한 전위음악까지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채워진다. 손열음은 프리페어드 피아노, 토이 피아노 등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주법과 악기를 선보이고 이아람은 대금·퉁소 등의 전통 관악기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클래식을 새롭게 해석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