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이재명·中대사 만남
총선 한·일전 기대감이 촉발
지난 총선 압승 효과 기댄 듯
여당은 반중 감정 고조에
한·중전으로 맞불 기미 보여
외교는 감정 벗고 치밀해야
선거에 혐일 혐중 동원은 저질
총선 한·일전 기대감이 촉발
지난 총선 압승 효과 기댄 듯
여당은 반중 감정 고조에
한·중전으로 맞불 기미 보여
외교는 감정 벗고 치밀해야
선거에 혐일 혐중 동원은 저질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만남 여진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싱 대사의 초대를 받아들인 것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유튜브 생중계를 할 만큼 만남을 호재로 본 건 사실이다. 민주당이 밝힌 모임 주 목적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한 공동 대응 논의. 제1야당 대표와 외국 대사가 제3국 관련 외교 문제에 공동 대응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뜬금없다. 왜 민주당이 회동에 나선 걸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 자당 의원 체포동의안 잇단 부결로 당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다. 야심차게 영입한 이래경 혁신위원장은 지명 9시간 만에 막말 논란으로 사퇴했다. 집권당 때나 야당 때나 내로남불과 정부 정책 발목잡기로 일관하며 민생 해결 능력도 낙제점이다. 민주당이 기댈 곳은 ‘반일’뿐이었다.
확실한 학습 효과가 있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당청 인사들은 ‘의병’과 ‘죽창’을 입에 올렸다. 총선이 코 앞인 2020년 3월 27일 민주당의 비례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최배근 공동대표는 “이번 총선은 국내 정치로 위장된 한·일전”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찍으면 친일파가 되는 마법의 프레임.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압승한 주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러니 한·일 정상회담에 이은 일본 원전 오염수 방출 논란은 민주당에 가뭄 끝 단비였다. ‘원전 오염수를 마실래 말래’라며 친일·반일의 선을 그을 찬스다. 이때 민주당 정서에 맞고 현 정부와 각을 세우던 싱 대사와의 만남은 금상첨화로 여겼으리라. 제2 한·일전 화력을 키울 기대감에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모욕적 망언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하지만 민주당이 놓친 부분이 하나 있다. 3~4년 전과 다른 심각한 반중 정서다. 최근 각종 국제 조사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한국민은 10%대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020년 1월 36.6점(100점 만점)에서 올 1월 25.6점으로 급락했다. 일본은 23.4점에서 36.2점으로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전을 위해 중국과 협력한다? 완전한 판단미스다. 쩍벌한 싱 대사 옆에서 다소곳이 앉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이 대표 모습. 자존심에 상처 입었다는 이들이 많다.
친일, 반일 논쟁에서 항상 수세였던 여권은 반색한다. 우군으로 본 MZ세대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는 91%(일본 63%, 한국여론평판연구소). 한·일전보다 한·중전이 남는 장사임을 간파했다. 역시나 말이 험악해졌다. 싱 대사를 구한말 조선 내정에 간섭한 위안스카이에 빗대고 추방하자 한다. 조신한(?) 이 대표의 태도에는 ‘삼전도 굴욕’이라고, 중국을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에겐 “조공 외교 아니냐”고 꼬집었다. 격려 댓글이 잇따르자 “대사가 깽판 친다”는 등 발언 수위가 더 높아졌다. 야권의 오염수 공세에 중국 원전 삼중수소로 받아친다.
하지만 한·일전, 한·중전이 사이다일지 모르나 정답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독립을 강조했다. 그런데 소부장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19년 약 187억 달러에서 2022년 약 250억 달러로 되레 급증했다. 취임 후 박근혜정부의 위안부 합의 수용을 거부하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하더니 임기 말에 슬그머니 “위안부 합의가 양국 공식 합의”라고 태세전환했다. 대책없는 허세가 경제와 외교에 미친 악영향은 막대했다.
반면교사 해야 한다.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 주력인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의 42%를 차지하는 중국이다. 14억 시장을 단숨에 대체하기란 쉽지 않다. 북한에 대한 지렛대도 가장 많다. 영향력 때문에 고개를 숙이자는 게 아니다. 의존도를 줄이는 치밀한 노력과 함께 국익 극대화에도 소홀하지 말자는 것이다. 견원지간 같던 미국과 중국의 지난해 교역 규모는 6906억 달러로 사상 최대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재앙”이라 했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6일 중국을 방문해 소통을 재개한다. 중국과 밀당을 벌이는 국가가 늘고 있다. 야구에서 강속구 승부는 시원하지만 패하지 않으려면 변화구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선거에서 혐일, 혐중을 끌어들이는 전략은 저질이다. 대한민국 역사는 총선 이후에도 이어진다.
고세욱 논설위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