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 사랑과평화의교회(김영복 목사)는 지난해 11월 26일, 이 교회 역사상 뜻깊은 예배를 드렸다. 창립 42주년을 맞아 새 교회당 입당 및 임직식, 세계 최초로 펴낸 ‘처치 플랜팅 바이블(Church Planting Bible)’ 출간 기념 예배를 동시에 드렸기 때문이다. 특히 새 예배당 완공과 성경 출간을 그 어려웠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해냈기에 교회 공동체의 기쁨은 형언할 수 없었다. 교회는 코로나 광풍 속에서 외형적으로는 새 예배당을, 내부적으로는 성경 출간이라는 튼튼한 방주를 구축하면서 엔데믹 시대를 맞아 순항하고 있다. 담임 김영복(68) 목사는 이 기적 같은 일의 중심에 있다.
지난 7일 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곧바로 대예배실로 향했다. 2000석 규모의 대예배실은 기존 교회에서는 보기 힘든 공연장 객석 같은 분위기였다. 강단 전면은 LED 스크린이 벽 전체에 설치돼 있어 보는 이를 압도했다. 잠시 후 스크린에서는 교회 소개 영상이 떴다. 마치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한 편의 웅장한 작품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말씀을 먹고 암송하고 강론하고 생활하라
영상은 지난해 제작한 것으로 사랑과평화의교회 사역의 DNA를 잘 요약했다.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 교회 중심, 예배 중심이라는 ‘플랫폼 처치’를 지향하면서 교회 사역을 ‘원리’ ‘선언’ ‘사명’ ‘행동’이란 4가지로 키워드로 정리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교회가 성경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성경을 열심히 읽자는 수준이 아니라 ‘성경을 먹고 암송하고 강론하고 생활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사랑과평화의교회가 이렇게 성경을 강조하는 것은 말씀이야말로 기독교인 신앙생활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디모데후서 말씀처럼 성경은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해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도록 한다.(3:16~17) 말씀의 능력은 코로나 기간에 더 절실한 것이기도 했다.
김 목사는 코로나로 성도들의 신앙이 약화되고 교회관이나 예배관이 흔들리자 예레미야 선지자의 비통한 심정으로 새로운 성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처치 플랜팅 바이블’(CLC)이다. 성경을 주제어별로 재구성했다. 1012쪽 분량의 성경은 593개 주제어로 구성돼 각 주제어를 깊고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는 질문과 이에 따른 답을 제시하는 성경 말씀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경은 김 목사가 코로나 시절 하루 15~18시간 공들여 썼다. 마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바르트부르크성에 피신해 있으면서 독일어 성경을 번역했던 것처럼 코로나 암흑기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성경을 집필했다. 김 목사는 연세대(행정학과)를 나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1988년 사랑과평화의교회에 부임해 35년을 목회해왔다. 김 목사는 최근 국민일보 제12회 국민미션어워드 ‘올해의 목회자’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지금은 비상 시기, 말씀에 천착해야
처치 플랜팅 바이블은 600개 가까운 주제어, 2928개의 질문, 2만3985개의 답변으로 구성돼 있다. 주제어에 해당하는 부분만 읽어도 좋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통독해도 상관없다. 부지런히 읽으면 한 달에 일독이 가능하고 여건이 허락되면 일주일 만에 통독할 수도 있다. 김 목사는 “지금은 비상 시기다. 교회는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말씀을 읽고 암송하는 데 힘써야 한다”며 “성경을 소리 내 읽으면 더 효과적이다. 반복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처치 플랜팅 바이블은 ‘관주 성경’의 확장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성경의 보조 교재인 성구 사전이나 최근 다양하게 출간되는 스터디 바이블의 색인을 관련 주제어로 정리해 해당 본문 말씀을 보여주되,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꾸몄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독자들은 성경 본문을 따로 두 번, 세 번 찾지 않아도 한 번에 주제 관련 성경 구절 전체를 읽고 확인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공예배용으로 사용하는 개역개정 성경전서 전체 구절을 포함하지만 분량은 줄였다는 게 김 목사의 설명이다.
성경 내부를 살펴보면 이렇다. 예를 들어 ‘두려움’이란 주제어를 찾는다. 첫 질문은 ‘두려움의 종류’를 묻는다. 그러면 답으로 “경외심입니다. 출 20:20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말라 하나님이 임하심은 너희를 시험하고 경외하여 범죄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니라”로 기록돼 있다. 이어 또 다른 답들이 열거된다. “겁내는 마음입니다. 신 20:3 …마음에 겁내지 말며 두려워하지 말며 떨지 말며 그들로 말미암아 놀라지 말라”로 돼 있다.
이렇게 한 주제에 대해 읽어가면 관련 성경 말씀을 읽게 되고 읽는 이는 그 주제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과 생각을 알게 된다. 또 자연스럽게 기독교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터득하게 된다. 두려움과 걱정이 가득했던 사람들이 해당 말씀을 읽으며 힘과 용기를 얻게 되고 하나님을 더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주제어는 주로 명사로 정리돼 있지만 몇몇 단어는 형용사와 부사도 있다. ‘가까이’ ‘끝까지’ ‘잠깐’ 등이다. 주제어 ‘가까이’는 이 성경에서 제일 처음 나오는 단어이다. 질문은 이렇다. ‘가까이할 대상이 무엇입니까’. 답은 “회막의 성소입니다. 민 8:19 …이스라엘 자손이 성소에 가까이할 때에 그들 중에 재앙이 없게 하려 하였음이니라.”
두 번째 답은 “이웃입니다. 잠 27:10 …가까운 이웃이 먼 형제보다 나으니라”이다. 또 다른 답은 이렇다. “하나님입니다. 사 58:2 그들이 날마다 나를 찾아 나의 길 알기를 즐거워함이 마치 공의를 행하여 그의 하나님의 규례를 저버리지 아니하는 나라 같아서 의로운 판단을 내게 구하며 하나님과 가까이하기를 즐거워하는도다.”
이런 식으로 ‘가까이’란 주제어에는 5가지의 대상이 나온다. 이어 가까이할 이유와 가까이할 때 결과에 대해서도 정리돼 있다. 우리가 하나님과 이웃, 말씀을 가까이할 때 재앙이 없어지며 붙들어 주시며 만족하게 하시며 구원해 주시며 두려워하지 않게 하시고 치료해 주신다는 것이다. 관련 주제어가 포함된 성경 구절의 나열이 아니라 신학적 의미와 의도를 가진 질문과 답이 이어지는 것이다.
오직 성경으로, 오직 말씀으로
김 목사는 처치 플랜팅 바이블의 부교재라 할 수 있는 ‘원어풀이 단어사전’도 편찬했다. 593개 주제어에 대한 히브리어와 고대 그리스어(헬라어)를 정리했다. 성경 말씀의 원어를 풀이함으로써 더 깊은 차원의 성경 읽기와 성경 연구를 가능토록 했다.
김 목사는 “이 성경은 우리가 직접 읽으면서 성경의 진수를 먹고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할 수 있다. 인생의 문제가 아무리 많아도 1000개가 넘을까요.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인생의 모든 문제와 답을 미리 알려주신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치 플랜팅 바이블은 다양한 특징을 가진다. 누구나 1년에 20~52번 통독할 수 있다. 읽으면서 이해되고 깨달아지는 특징이 있다. 누구나 가르치며 훈련할 수 있는 재생산 성경이기도 하다. 말씀이 반복 인용돼 있기 때문에 암송이나 기억에도 도움이 된다. 성경은 현재 영어로 번역 중이며 중국어 독일어 스페인어 번역본도 준비 중이다. 해외 선교사들에게도 반응이 좋아 현지에서도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받는다. 사랑과평화의교회는 매일 새벽예배 때 이 성경을 활용한다.
김 목사는 처치 플랜팅 바이블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주제어별로 표시된 빨간 글씨체 구절만 먼저 읽어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 다음 원어사전으로 단어 뜻을 확인하고 질문과 답변을 통해 말씀을 파악합니다. 소그룹에서 함께 읽고 주제별 토론도 가능합니다. 이 성경을 잘 읽으면 설교(강론)도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다음 달부터 새벽예배 때 성도들이 나와 강론을 하기로 했다.
처치 플랜팅 바이블은 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주요 목회자와 교단 신학부를 통해 검증을 받았다. 김 목사는 “현 총회장인 권순웅 목사를 비롯해 총회 신학부 교수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이재서 전 총신대 총장은 적극 추천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코로나 시국을 회고하며 교회가 문을 닫은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 감염병 확산이 워낙 엄중해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예배는 멈춰서는 안 됐다”면서 “그럴 때일수록 철저히 성경으로 돌아가는 자세가 필요했다. 일제 강점기나 전쟁에서도 예배가 멈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랑과평화의교회가 새로운 교회당을 건축하고 김 목사가 새로운 성경을 집필한 것도 예배 지속을 향한 간절함 속에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그랬기에 새로운 성경 이름을 ‘교회를(처치) 세우는(플랜팅) 말씀(바이블)’이라고 명명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1000만 성도가 이 성경을 소유해 말씀을 읽으면서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면 좋겠다”며 “북한과 해외 선교지에도 보급돼 온 세상이 주님의 말씀으로 충만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