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시장 담합적·이중적… IMF 때처럼 대타협 모색해야”

입력 2023-06-15 04:07
사진=이한형 기자

고질적인 한국의 담합적·이중적 노동시장 문제는 산업화와 세계화를 거쳐 중첩돼 온 ‘꼬인 실타래’다. 장시간·고강도 노동,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양분된 계급화 구조를 풀지 못하면 미래세대로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장원(사진)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국민일보가 14일 주최한 ‘2023 국민공공정책포럼’에서 “위기인데도 아무도 휘슬(경고음)을 안 불고 딴청을 피우고 있다”며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사회적 구성원들이 모여 대타협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부원장은 ‘노동개혁 추진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자 발표를 나서 “한국의 노동시장은 현대적인 시장경제의 모습이기보다는 신분 사회적인 전근대 모습”이라며 “노동시장의 고비용·저효율 담합문제는 산업화와 세계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중첩적으로 쌓여온 결과”라고 진단했다. 산업화 시기 겪었던 노사갈등을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담합적 노동시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간 중첩돼 온 노동시장의 복합적인 문제는 단계별로 구분해서 동시에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 부원장은 우선 미뤄왔던 산업화 시대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의 전체 근로시간은 아직도 장시간에 속한다. 경제 규모보다 많이 일해서 생산성을 지지해주고 있는데 이는 선진국답지 않은 것”이라며 “이 때문에 노사갈등 문제 등이 계속 나오는데 근로시간 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임금개혁 방안과 관련해서는 “연차가 쌓이면 봉급이 오르는 연공급제에서 직무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직무급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경력단절 비용 최소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을 구축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고 좋은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를 법 개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고언도 이어졌다. 이 부원장은 “전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적인 노력은 사용자와 노조 모두 부족했다. ‘정부가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버텨보자’라는 학습효과가 생긴 게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정면으로 반드시 이해 당사자들끼리 어떻게 서로 양보할 것인지 타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