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SK증권, 로펌 자문 구했지만… 법적 리스크 자충수

입력 2023-06-15 04:03

주로 법인 투자자를 고객으로 하는 신탁 상품에서 발생한 투자자 손실을 불법적으로 보전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SK증권은 손실 보전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증권은 신탁 상품의 ‘만기 불일치 운용’에 따른 평가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고객에게 보전해줬다는 의혹(국민일보 6월 13일자 1·10면 참조)이 제기된 상태다. SK증권은 이와 관련한 법률 자문 결과 소송을 감당하기보다는 손실을 보전해주고 조용히 넘어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법리적으로 다퉈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해 말 자사 채권형 신탁에 가입한 한 법인 고객이 환매 중단과 평가손실 발생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대응 방안을 한 법무법인에 문의했다. 투자자와의 소송전을 치를 것인지, 고객 손실을 보전해 줄지 등을 놓고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손실 보전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등을 로펌에 문의한 것이다.

법률 자문을 거친 SK증권은 부담이 덜한 손실 보전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객이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언론에 알려지거나 제보를 통해 금융당국의 검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로펌은 ‘특정 방식을 통한 손실 보전이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닐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이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손실 보전’이 아닌 예외적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면 사적 화해의 수단으로 그 손실을 보상하는 행위는 허용된다”고 해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건은 SK증권이 고객에게 지급한 합의금의 실질적인 성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합의금이 신탁에서 발생한 투자 손실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면 손실 보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 손실을 합의금 명목으로 직접 보전해준 것이라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취지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