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 사태 두 달도 안돼…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추락

입력 2023-06-15 04:03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급락 사태와 유사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14일 또다시 발생했다. 수년째 꾸준히 우상향했던 종목이 한날한시에 일제히 하한가로 내려가면서 시장에서는 ‘제2의 라덕연 사태’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금융당국은 15일부터 해당 종목 매매를 정지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동일산업과 만호제강, 대한방직, 방림 4개사와 코스닥 상장사 동일금속을 포함해 5개 종목이 이날 일제히 하한가로 내려앉았다. 이들 종목은 철강과 섬유 관련 기업으로 업종의 유사성은 있지만 특별한 악재 없이 이날 하한가로 추락했다.

방림이 오전 11시 46분 먼저 하한가로 폭락한 데 이어 동일금속과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이 차례로 하한가로 고꾸라졌다. 이날 부국증권 우선주인 ‘부국증권우’도 하한가로 내려앉았으나 곧바로 하락 폭 대부분을 만회하는 이상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들 종목의 주가 흐름은 SG사태 때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로 폭락한 다우데이타 등 8개 상장사와 유사하다. 대표적으로 동일산업 주가는 2020년 5월 20일 4만750원을 찍고 폭락 전인 전 거래일 22만원까지 약 3년간 큰 부침 없이 올랐다. 이 기간 상승률로만 따지면 439.8%나 되지만 뚜렷한 호재는 없었다.

‘소외주’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동일산업의 경우 올해 들어 하루 평균 거래되는 주식 수는 3500주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소액주주 지분율이 낮다는 것도 비슷하다. 특히 동일금속(58.67%)과 동일산업(56.38%) 등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50%가 넘었다. 반면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20%대여서 유통물량이 많지 않은 것을 작전세력이 이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한 온라인 주식 관련 커뮤니티 운영자가 라덕연 일당과 비슷한 수법으로 이들 종목의 주가 조작을 해온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커뮤니티에는 방림 동일금속 등 이날 하한가로 내려선 종목에 대한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CFD 반대매매는 아닌 것으로 추정했다. 매도창구가 국내증권사인 데다 신용잔고율도 5% 안팎으로, 10%를 넘었던 SG사태 종목들과는 차이가 있어서다.

이날 금융당국은 문제의 5개 종목에 대해 매매거래를 정지하기로 했다. 각 종목에 대한 조회공시도 요구했다. 소수계좌거래 집중 정황이 나타난 동일금속 방림 만호제강 3개 종목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