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중 野 의원들에 ‘하나의 중국’ 집중 거론했다”

입력 2023-06-15 04:06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의원 5명. 왼쪽부터 김태년 홍익표 고용진 홍기원 홍성국 의원. 대책위는 “코로나19 봉쇄 조치 해제 후 중국 현지 경제 상황을 살피고 한국 기업들의 경제 활동 지원을 위해 계획한 일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대만 문제와 관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집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고압적인 ‘베팅’ 발언으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중국은 야당과의 교류를 통해 자국 입장을 분명히 하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책위 소속 김태년 홍익표 고용진 홍기원 홍성국 의원은 지난 12일 베이징을 방문해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측은 한국 정부가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 반대’를 강조하면서 1992년 한·중 수교 때 인정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측은 한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관련 입장을 명확하게 재확인하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하며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중국 측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로이터통신 인터뷰 때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다는 언급 없이 대만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에 중국 외교부가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받아치면서 한·중 관계는 급속도로 경색됐다.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은 한국 외교 정책에 대한 싱 대사의 공격적인 비판 발언으로 양국 간 갈등이 한층 격화된 시점에 이뤄졌다. 이 때문에 방중 시기가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와는 거리를 두고 대중 관계를 중시하는 야당과 소통하는 중국 측의 갈라치기 전략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의원들의 방중은 대책위가 지난 4월 먼저 주한 중국대사관에 방문 의사를 전달하고 이후 중국 외교부가 대책위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대책위는 중국 당국자들과의 면담 때 한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차별 대우 해소, 문화·예술 분야 규제 완화, 상호 관광 및 비자 발급 확대,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방한 규제 완화 등이 담긴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이 귀국하는 15일 다른 민주당 의원 7명이 추가로 중국을 방문한다. ‘중국통’ 박정 의원과 도종환 김철민 유동수 민병덕 김병주 신현영 의원이 15~18일 3박4일 일정으로 베이징과 티베트를 찾는다. 두 달 전 중국 정부의 초청에 따른 방문으로, 비용은 중국 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 2명도 함께 가기로 했다가 불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주당 의원 7명의 추가 방중 기사를 링크하며 “이 와중에 중국 돈으로 어딜 방문한다고요? 제정신입니까”라고 적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신용일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