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지난 6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한국은 1960년대 저소득 국가에서 2020년 고소득 국가로 성장한 유일한 국가로 기록됐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경제 성장률은 계속 하락세다. 인구 변화와 기술 발전 등 다양한 환경 변화에 부딪히며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재도약을 위해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일보 주최로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2023 국민공공정책포럼’ 주제발표를 맡은 고영선(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은 그나마 수월한 개혁 과제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대학 개혁’이라고 답했다. 고 부원장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대학이 알아서 구조조정을 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교육 과정을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부원장은 초·중·고교의 공교육 문제는 민간 대학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봤다. 그는 “교육품질 개선이 불가능해지며 학교 교육을 불신하고 교권이 약화하고 있다”며 “구태의연했던 환경에 변화를 주려면 추동력이 필요한데 일반 교사들의 반발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부원장은 가장 어려운 과제로 노동개혁을 꼽으면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설명했다. 그는 정규직에 대한 개별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비정규직 사용도 제한적인 점, 적대적 노사 관계 등을 언급했다.
고 부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문제는 정의감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노동개혁을 위해 유연성, 신축성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 “젊은이들이 감정적으로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 빈곤 해소와 국가재정 건전화를 위한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 소진될 전망이다. 고 부원장은 “문제점은 많은데 사회적 합의 구조가 미흡하다”며 “기득권의 반발, (이를 설득할) 정치권과 정부의 역량이 핵심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3대 개혁이 강조된 이유는 초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등 한국 경제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부원장은 “복지 부문만 해도 재정 적자 심화와 의료인력 부족 문제 등 여러 가지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급증한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상이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는 뜻이다. 고 부원장은 기술 발전의 가속화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탈세계화 현상도 한국 경제가 직면한 도전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그는 기술과 시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높은 갈등 수준과 산업에 대한 낮은 수용성이 문제”라며 “타다(차량호출서비스)가 대표적 사례였고 최근 로톡(법률플랫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