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운동화에 야구 배트… ‘정통 미국 브랜드’ GM의 헤리티지 강조

입력 2023-06-15 19:26

서울 강남 ‘더하우스오브지엠’에서 최근 마주한 쉐보레 임팔라(사진)는 마치 1962년생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래퍼로 변신한 것 같았다. 톰 크루즈와 동갑인 이 차량은 자동차 커스텀 디자이너 서우탁 작가의 손을 거쳐 화려하면서도 중후한 멋을 뽐냈다. 대시보드 위에 놓인 나이키 운동화와 뒷좌석에 있던 야구 배트가 ‘미국스러움’을 더했다. 한국GM 마케팅 총괄 책임자(CMO)인 정정윤 전무는 “앞으로 한국시장에서 미국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 GM은 산하에 3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GMC는 1900년, 캐딜락은 1902년, 쉐보레는 1922년에 탄생했다. 모두 1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녔지만 한국시장에서 이들 브랜드의 정체성은 뚜렷하지 않다. 수입차인지 국산차인지 헷갈려하는 소비자도 많다. 엄밀히 따지면 ‘국내 5개사’(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한국GM, 르노코리아) 중 하나로 분류되지만 GM의 오랜 헤리티지(유산)는 포기할 수 없는 자산이다. 정 전무는 “브랜드 재정립은 쉽지 않은 과제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우린 트렌디함을 갖춘 정통 미국 브랜드로 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 끝에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의 메시지가 담긴 액자가 걸려 있었다. 여기서 GM의 오랜 정통성을 지켜가려는 한국GM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것은 보호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도전적이며 보람찬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더하우스오브지엠은 이 역할을 하기 위한 전초기지다. 외관 아치형 창문과 격자무늬 패턴도 GM의 창립자 윌리엄 듀란트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팩토리원’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한국GM은 이곳에 쉐보레·캐딜락·GMC의 차량을 한 데 모았다. GM의 이름을 앞세운 멀티 브랜드 공간은 전 세계에서 더하우스오브지엠이 최초다. 임팔라 옆에는 쉐보레가 지난 3월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전시돼 있었다.

2층엔 GMC가 올해 초 한국에 상륙하며 들고 들어온 프리미엄 초대형 픽업트럭 ‘시에라’와 캐딜락의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가 있었다. 시에라는 현재 전국 11개 전시장에 전시돼 있는데 시승은 이곳에서만 가능하다. 에어백, 안전벨트, 시트 가죽 등 자동차 폐기물을 활용해 상품을 제작하는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업사이클링 브랜드 컨티뉴와 협업했다.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