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러시아서 전술핵 받았다… 히로시마 원폭의 3배”

입력 2023-06-15 04:03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에 있는 군사복합시설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서 핵무기와 미사일을 받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벨라루스에 핵무기가 다시 들어온 것은 27년 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전술 핵무기를 받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반격 작전 개시로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전황을 좌우할 중대 변수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도 안보 위협이 턱밑까지 차오르게 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이 공개한 러시아 국영TV 채널 로시야1과의 인터뷰 영상에서 “러시아로부터 핵무기와 미사일을 받기 시작했다”며 “폭탄들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것들보다 3배 더 강력하다”고 밝혔다.

그는 “핵무기를 다시 달라고 한 건 벨라루스”라며 핵 이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 자신들의 주체적 판단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쪽으로의 확장에 안보적 위협을 느끼고 잠재적 침략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전술핵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미국과 싸울 생각은 없지만 그들(나토)은 2020년부터 우리를 갈기갈기 찢어놓기를 원했다”며 “그 누구도 핵보유국을 공격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활용할 계획은 없으며 전쟁 억지를 위한 조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소련 국가였던 벨라루스는 1991년 소련 몰락 당시 탄도미사일 81기와 핵탄두 1000여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94년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면서 96년 이를 모두 러시아에 조건 없이 반환했다. 그때 이전한 핵무기의 ‘재반환’ 요청을 했다는 게 루카셴코 대통령의 주장이다. 이로써 핵무기는 27년 만에 다시 벨라루스로 돌아오게 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또 푸틴 대통령의 의사와 무관하게 벨라루스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어디에 있든 언제든지 전화할 수 있어 공격을 조율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이 발언을 두고 “배치된 핵무기가 러시아의 독점적 통제하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푸틴 대통령의 이전 주장과 모순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루카셴코 대통령 발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전쟁 담당 기자 등과의 간담회에서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4일 반격 작전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서방이 제공한 장비의 25~30%를 잃었다”며 “우크라이나의 손실은 재앙에 가깝다. 전체 병력 손실은 러시아의 10배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 44개국 대표들은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 발언에 앞서 유엔 군축회의장에서 공동발언문을 발표하고 핵무기의 벨라루스 배치 결정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