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펀크릭 침례교회를 30년간 이끌어온 린다 반스 팝햄 담임목사는 지난해 10월 교회가 소속된 남침례교단(SBC)에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편지엔 여성이 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하는 것은 교단 방침에 어긋난다고 적혀 있었다.
SBC는 영국 청교도가 북미대륙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17세기 말 이후 미국 개신교 최대교단이 된 침례교를 대표하는 연합체다.
SBC는 곧이어 펀크릭 교회를 조사해 최근 이곳을 축출했다. 팝햄 목사는 항의서한을 발송했다. “30년 동안 목회자로서의 사명과 자격에 대한 어떤 의심도 받은 적이 없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목회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SBC는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총회를 통해 여성이 담임목사인 교회 여러 곳을 또 축출했다. 이 가운데는 베스트셀러 신학서적 ‘목적이 이끄는 삶’을 쓴 릭 워런 목사가 창립한 캘리포니아주 새들백 교회도 포함됐다. 이 교회는 개신교 내 자유주의 흐름을 대표하는 교회로 낙태와 동성애 문제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내 최대 교단인 SBC가 노골적인 우경화 움직임을 보인다”면서 “이번 여성 담임목사 교회들의 연쇄 축출사태는 이런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SBC는 최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총회에서 교칙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마이크 로 목사가 이론화한 개정안에는 ‘교회에서의 여성 목회자 역할은 극도로 제한될 것이며 여성에게는 담임목사는 물론 어떠한 목회직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삽입됐다.
SBC는 최근 ‘새로운 발견(New Foundings)’이라는 신학 잡지를 통해 미국 전역의 1800개 여성 담임목사 교회 리스트를 공개하고 탄핵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새들백 교회 창립자인 워런 목사는 이 같은 침례교의 보수화에 대해 “하나님이 모든 인간에게 부여한 천부적 자유와 그 자유의사에 따른 결정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NYT는 “이번 여성 목회자 비토 사건은 미국 복음주의 개신교가 지속해서 ‘문화전쟁’을 노골화하는 공화당의 정치적 주장에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