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막말 논란에 대해 “한·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안 되고 역행하는 그런 일들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14일 한·미·일 안보실장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중 관계와 관련해서는 상호 존중, 공동 이익이라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건강하게 발전시키자는 것이 윤석열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실장은 전날 대통령실이 중국 측에 요구했다고 밝힌 ‘적절한 조치’가 무엇인지, 기준이 있는지 등의 질문에는 “한·중 관계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원칙과 입장을 잘 알 것”이라며 “더 부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번 일이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우리나라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대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국격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한민국으로서는 한·중 간에도 건강한 관계 발전을 희망하고 한·중·일 간 협의체도 잘 발전시키겠다는 의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연내 회의 개최를 추진 중이다. 조 실장은 “중국과 일본이 우리의 요청에 호응해 올해 안에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싱 대사에 대해 조치할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피력했으나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비판에 나선 상황에서 계속 한국 측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선 ‘임기 만료에 따른 대사 교체’로 양국이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대사의 임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통상 3~4년 정도 맡는다. 2020년 1월 한국에 부임한 싱 대사는 재임한 지 3년이 넘었다.
당장 싱 대사를 교체하기에는 후임이 마땅치 않다는 게 걸림돌로 지적된다. 일정 기간 냉각기를 가진 뒤 싱 대사가 임기를 채우고 이임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소마 히로히사 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는 한국 측의 조치 요구가 있은 후 25일 만에 정기인사 형식으로 교체됐다.
여당에선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기피인물로 지정하면 중국도 우리 대사에 대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며 “기피인물 지정은 정말 마지막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일단 확전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싱 대사가 바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도 “중국에선 현 상황을 한국 내 정치적 갈등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환구시보가 대응한 것으로 넘어가려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선 박준상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