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온라인상에서 시행 중인 ‘혐오 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온라인판 차별금지법(차금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앙에 따라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온라인상의 표현조차 제지당할 수 있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성적 지향’ 등 일부 문구가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삭제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독교세계관 연구단체인 한국기독문화연구소(소장 김승규)는 14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지난 4월 27일부터 시행 중인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두고 “(이 지침에 대한) 적용 대상에 국민 절대 다수가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이 포함된 만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차금법이 적용되는 효과가 있다”며 “기독교 관점을 담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KISO에 따르면 이번 가이드라인은 네이버 카카오 네이트 등 16개 회원사에 적용되며, 온라인상 혐오 표현과 관련해 인터넷 사업자 공통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ISO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혐오 표현을 규정하는 항목에 인종, 성별뿐 아니라 ‘성적 지향’과 ‘종교’가 포함됐다. 이런 이유로 특정 집단이나 구성원에 대해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조장하는 표현을 온라인상에 적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에 연구소 측은 “이는 동성애에 대한 반대 의견과 배타적인 기독교 교리조차 온라인상에 게시할 수 없게끔 만들어 결국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2일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 주요셉 목사는 다음메일 계정이 영구 정지됐다. 주 목사는 “별다른 사유 통보 없이 20년 넘게 쓴 이메일 계정을 일방적으로 없애버렸다. 변호사를 통해 다음 측에 답변을 요구했으나 아직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로고스 임천영 변호사는 “현행법상 명확하지 않은 정의인 ‘성적 지향’을 차별 사유로 규정하는 법률이 따로 없음에도 민간기구에서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해 제재하는 건 문제가 크다”면서 “KISO의 가이드라인은 차금법 제정을 합리화해 여론을 호도할 우려가 있고, 극심한 사회·종교적 갈등의 또 다른 발화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 제정이 어려우니 민간에서 적용해 보자는 것인데 차금법처럼 동성애 폐해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 내용조차 밝힐 수 없게 만들어 다수 국민의 표현과 종교의 자유에 재갈을 물릴 소지가 다분하다. ‘성적 지향’ 등의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가이드라인을 만든 KISO 측 위원의 상당수가 차금법 제정을 추진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에 몸담은 이들로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KISO 측 관계자는 “동성애를 옹호한다기보다는 인종, 성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혐오 표현에 있어 최소한의 방어선은 필요하지 않느냐는 요구에서 비롯된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며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심의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