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13개월 만에·33년 만에… 韓·美·日 증시 천장 뚫었다

입력 2023-06-15 04:05

한·미·일 증시가 최근 나란히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경기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 분야를 포함한 성장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풀린 돈이 완전히 회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기 종료를 예고하는 시그널이 강해진 영향도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2% 내린 2619.08에 장을 마쳤다. 기관 차익실현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 9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2641.16을 기록한 뒤 2600선을 사수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연기금을 중심으로 기관이 1274억원 어치를 내다 팔며 하락으로 마감했다. 올해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와 이차전지 대형주가 약세를 보였다.

뉴욕증시는 13일(현지시간)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9% 상승한 4369.01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83% 오른 1만3573.32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3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개장 전 미국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 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오른 것으로 발표된 영향이 컸다. 이는 4월 상승률인 4.9%보다 크게 둔화한 수치다. CPI가 11개월 연속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금리 동결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약 33년 만에 3만3000선을 돌파했다. 닛케이 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3만3000선을 돌파한 것은 버블경제 시기인 199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엔저를 기반으로 한 수출 기업 실적 성장세가 기대되는 데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며 일본 기업 가치가 부각된 덕분이다. 반도체와 종합상사 업종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이토추 미쓰비시 마루베니 등 종합상사 5곳에 투자했다고 밝힌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미·일 증시 동반 강세에는 공통적으로 기업 실적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한 투자심리가 반도체 업종 실적 기대감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경우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있고 수출도 이달 들어 조금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AI 산업을 중심으로 빅테크 랠리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국내 개인 투자자도 많이 사들인 종목인 애플과 테슬라는 역대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3조 달러에 근접한 상황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AI 관련 성장주 테마가 부상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강세를 보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