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국회 발의 법안… 10배 폭증했지만 가결률은 고작 9%

입력 2023-06-15 04:05
김진표 국회의장이 14일 국회에서 새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투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도 정부안처럼 ‘입법영향 분석’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잉입법’을 막고 입법의 품질을 높이자는 취지다. 21대 국회에는 국회법 등 관련 법 개정안 6건이 계류돼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4일 ‘주요국 입법시스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국회 제출 법안이 16대(2000∼2004년) 2507건에서 20대(2016∼2020년) 2만4141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5회기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21대 국회도 출범 3년 만에 2만1763건을 기록하며 20대 발의 법안의 90%를 넘어섰다.

한국 국회의 법안 발의 증가세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과 비교해 가파르다. 최근 5회기 동안 발의 법안 추이를 보면 미국(9091→1만5242건) 독일(573→806건) 영국(167→191건)은 다소 늘어난 반면 일본(273→155건)과 프랑스(563→330건)는 오히려 줄었다.

대한상의는 발의 법안이 늘고 있지만 법안 가결률은 떨어지고 임기 만료로 폐기하는 법안이 증가하는 등 ‘입법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국회의 법안 가결률은 16대 37.7%에서 20대 13.2%, 21대 9.4%까지 추락했다. 독일(67%) 일본(43.8%) 영국(16.5%) 프랑스(12.7%)에 못 미친다. 홍원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안 발의가 활발하다는 것은 민의를 반영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법안 심사 부담을 가중하거나 입법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실제 20대 국회 기준으로 보면 1개 법안 심사 시간이 13분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주요국처럼 의원 발의 법안에도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안이 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 유사·중복 발의 증가, 심사 시간 부족에 따른 입법 품질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정부안과 의원안 모두 입법영향분석을 실시한다. 독일은 연방의회 요구에 따라 이에 준하는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일본은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기 전 당내 심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21대 국회에는 김태년·신정훈·윤재옥 의원안 등 가장 많은 관련 법안이 묶여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국회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21대 국회에서 입법영향분석 도입 논의와 입법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