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브레이크?… 수소차 ‘주도권 전쟁’ 으라차차

입력 2023-06-15 04:06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 현대차 제공

세계 시장에서 수소차의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제대로 가속 페달을 밟기도 전에 성장세가 꺾여버린 셈이다. 중국 정부와 일부 완성차 업체는 이 틈을 노려 현대자동차와 도요타가 양분하고 있는 수소차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14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수소차는 올해 1~4월 전 세계에서 4699대 팔렸다. 1년 전보다 11.5% 감소했다. 수소차 판매량이 가장 많은 한국도 이 기간에 2250대가 팔려 전년 대비 17.8% 줄었다. 미국은 943대, 유럽 207대, 일본 138대에 그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래 친환경차의 주도권이 전기차에서 수소차로 넘어갈 거라는 시각이 많다. 알버트 비어만 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전기차는 매우 실용적이지만 불행히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생산에서 폐차까지 전체 생애주기를 놓고 보면 전기차가 배출하는 탄소량이 결코 적지 않아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는 미래차로 전환하는 길목에 있을 뿐,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차는 수소차”라고 말했다. 그런 수소차의 글로벌 판매량이 벌써 감소세에 들어선 것이다. 턱없이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한정적인 차종이 수소차 확산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기회 삼아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조짐도 포착된다. 올해 1~4월에 모든 국가에서 수소차 판매량이 줄었지만 중국은 전년 대비 161.4% 급증한 1145대를 판매해 유일하게 성장했다. 중국은 지역별 수소차 보조금 제도 도입, 수소 생산 기반시설 확충 등 정부가 주도적으로 수소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를 전폭적으로 밀어주며 시장 우위에 선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차 시대를 주도할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상하이차는 2025년까지 수소 승용차 10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리자동차와 둥펑자동차도 수소차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일부 완성차 업체들도 수소차 개발에 착수했다. BMW는 지난 4월 ‘iX5 하이드로젠’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양산형 수소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다음 트렌드는 수소차다. 수소차는 운전하기에 가장 ‘힙(hip)’한 차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혼다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를 기반으로 한 신형 수소차를 2024년에 양산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올 하반기에 대표 모델 크라운 라인업에 수소차를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수소차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각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2차 총회에서 “앞으로 수소 트럭을 계속 출시하고 올해 북미에 수소 트랙터를 공개하며 넥쏘 후속도 2025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현대차그룹의 첫 수소연료전지 해외 공장인 ‘HTWO 광저우’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