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한다. 반도체 설계단계부터 촘촘한 생태계를 구축해 파운드리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반도체 IP는 초미세공정과 함께 파운드리 분야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는 IP 에코시스템 파트너들과의 협업으로 IP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고 14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공정설계키트(PDK), 설계방법론(DM) 등의 최첨단 IP 개발에 필요한 파운드리 공정 정보를 파트너사에 전달하면, 파트너들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에 최적화된 IP를 개발해 국내외 팹리스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고성능컴퓨팅(HPC), 자동차, 모바일 등 전 분야 고객이 필요로 하는 핵심 IP를 확보해 새로운 고객사를 유치할 계획이다. IP 포트폴리오 확장에는 3나노부터 8나노 공정까지 활용할 수 있는 수십여 종류의 IP가 포함된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반도체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한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가 모든 걸 직접 설계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때문에 필요한 부분은 IP기업에서 구입해 설계에 활용한다. 대표적 IP 기업으로 ARM, 시높시스, 케이던스, 알파웨이브 등이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칩스앤미디어,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등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IP 시장의 규모는 2019년 39억 달러에서 오는 2025년 102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16.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IP-팹리스-파운드리’라는 생태계는 유기적 연결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낸다. 팹리스가 IP를 이용해 설계를 하고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기까지 보통 3.5~5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개발에 성공해도, 양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테스트를 여러 번 거친다. IP 개발 단계부터 파운드리가 참여하면 이 기간을 1.5~2년까지 줄일 수 있다.
TSMC가 파운드리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찌감치 구축한 IP 생태계가 있다. TSMC는 2008년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OIP)을 출범했다. 1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IP 포트폴리오 5만5000건 이상, 기술 4만3000건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0.5마이크론부터 3나노미터 공정에 이르기까지 2900개의 PDK를 갖췄다.
삼성전자는 56곳에 이르는 IP 파트너와 4000개 이상의 IP를 제공 중이다. 지난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이후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최근 미국 AI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암바렐라와 협력을 발표하는 등 고객사도 2017년 대비 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파운드리 생태계 기술 현황을 공유하는 ‘세이프(SAFE) 포럼’에 참석해 이번 협력의 자세한 내용과 최첨단 IP 로드맵,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