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해외선교가 ‘현지인과 동역하는 선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현지인들이 현지 교회의 주체로 설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도와 재정 후원 방식 위주의 해외 선교에서 ‘지금 여기서’ 선교적 삶으로 살아내는 선교 패러다임으로의 전환도 강조됐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14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엔코위) 이틀 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교 방안을 모색했다. 3명의 선교사가 발제한 오전 주제 강의에서는 ‘세계 기독교’ ‘현지인과 동역하는 선교’ 등의 키워드가 꼽혔다. 임태순 한국해외선교회개척선교회(GMP) 선교사는 “희생적 삶과 섬김, 영적 능력 등에 기초한 초기 기독교의 선교 영성을 담아내는 선교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비서구권 교회와 함께 이 같은 선교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2년째 아프리카 차드에서 사역하는 김영섭 선교사는 아프리카 현지인이 필요로 하는 무슬림 및 미전도종족 사역, 제자 양육, 성경 번역, 전문인 사역 등에 한국교회가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한종석 성경번역선교회(GPT) 선교사도 세계 기독교에 한국 선교가 긍정적인 기여를 이어가려면 현지 크리스천과 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지인들이 권위를 갖고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고 외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으며 복음을 힘 있게 증거하는 공동체로 나가도록 역할을 하자”고 제안했다. 600여명의 참석자는 소그룹 시간에 크리스텐덤(기독교 제국) 선교 방식을 극복하는 방안 등에 대해 토의했다.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은 재정과 프로젝트 등으로 복음을 전한 한국 선교가 새롭게 바뀌는 변곡점이 되길 기대했다. 강 사무총장은 “선교사가 현지에서 사역하고 교회가 기도와 재정으로 후원하는 선교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모든 성도가 자신의 자리에서 선교적 삶을 살아내는 선교 패러다임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는 전날 저녁 KWMA 엔코위에서 메시지를 전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엡 1:7~14)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이 목사는 사역하다 영적 탈진을 경험할 수 있는 선교사와 목회자를 향해 하나님의 거룩함을 추구하고 꿈을 갖자고 당부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면 쉽게 지치고 에너지를 낭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거룩함을 추구한다는 뜻은 떨기나무 같은 우리가 하나님을 더 의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하나님은 우리의 열매가 없어도 우리가 그에게 얼마나 순종하고 의지하는지를 보신다. 이와 함께 하나님이 주신 꿈으로 선교하자”고 말했다.
평창=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