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 전망에 나선 전문가들은 ‘역대급’ 혼전이 일어날 거라 입을 모았다. 전력이 엇비슷한 팀 다수가 중위권에서 아귀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기에 외국인 농사가 여느 때보다 중요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한 달 앞둔 현시점 이 같은 전망은 대체로 맞아 들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초과 달성한 팀들은 순위표 위쪽에 자리했다. 대표적인 게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선두권을 놓지 않고 있는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다.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WAR)에 따라 외국인 선수 성적을 줄 세운 결과표에서도 두 팀은 최상단을 차지했다.
외국인 덕에 가장 많이 웃은 팀은 LG였다. 애덤 플럿코(사진)와 오스틴 딘의 투·타 쌍끌이가 압도적이었다. 둘은 14일 전까지 합산 5.24의 WAR을 기록했다. 에이스 케이시 켈리(-0.19)의 부진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특히 플럿코 공이 컸다. 내로라하는 리그 정상급 에이스들을 모조리 제치고 투수 전체 1위에 해당하는 3.10으로 포효했다. 염경엽 감독이 괜히 그를 올스타 선발 후보로 내세운 게 아니었다.
SSG는 외인들이 가장 고른 활약을 보인 팀이었다. 타율 1위·타점 2위 ‘쿠바 특급’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선봉에 섰고, 에니 로메로를 대신해 영입된 로에니스 엘리아스는 단 4차례 등판으로도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커크 맥카티까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세 명 모두 1 이상의 WAR을 기록했다.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가 그 뒤를 따랐다. 각각 에릭 페디(2.97), 라울 알칸타라(2.67)라는 걸출한 외인 에이스의 지분이 압도적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2선발로 생각했던 테일러 와이드너(-0.29)와 딜런 파일(-0.32)이 부상으로 시즌 초를 날리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도 닮은꼴 행보를 보였다.
가장 흉년이 든 건 KT 위즈였다. 외인 3명의 합계 WAR이 1.1에 그쳤다. 보 슐서와 웨스 벤자민의 동반 부진 속에 앤서니 알포드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수확까진 시간이 많이 남았다. 대체선수의 활약 여하에 따라 작황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한화 이글스가 대표적이다. 버치 스미스와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모두 방출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대체 선수로 데려온 리카르도 산체스가 기대를 웃돌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다른 변수도 많다. 롯데 자이언츠는 용병 활약 없이도 시즌 초 무서운 질주로 리그 흥행을 견인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