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예수님을 보여주세요

입력 2023-06-17 03:05

2021년 8월 탈레반의 박해로 인해 특별기여자 명목으로 391명의 아프가니스탄인이 입국했습니다. 이슬람 배경을 가진 이분들을 환영하며 지혜롭게 대응하기 위해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이사장 이규현 목사)가 주선해 관계자들이 회합을 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관련 인사부터 이슬람권 선교사와 난민 사역자, 봉사단체 관계자 등이 함께했습니다. 선교적 열정만 가지고 접근하기보다 한국 사회에 적응 잘하도록 그들의 필요에 따라 관심과 지원 수위를 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회의를 마칠 무렵 얼마 전 한국에 들어와 주님을 영접한 아프가니스탄의 한 청년이 입을 열었습니다. “목사님 개종시키려 말로 전도하지 말고 그냥 예수님을 보여주세요. 그리고 기다려 주시면 돼요.”

뜻밖의 말이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한 “예수님을 보여 달라”는 간절한 부탁에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분들의 필요를 곁에서 도우며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그리스도의 편지”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 사람들에게 읽힐 그리스도의 편지라는 것입니다. 편지란 안부·소식·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을 말합니다. 고대에서부터 근대까지는 직접 종이에다 글을 써서 상대방한테 보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메일이나 모바일 메신저가 널리 퍼지면서 지금은 일반적인 대화 수단으로는 편지를 잘 쓰지 않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편지가 주는 따뜻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편지를 천리면목(千里面目)이라고 하는데 이는 천 리 밖에서도 얼굴 보듯 한다는 뜻입니다.

어느 한 교회의 영구표어가 ‘언제 어디서나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우리가 시간과 공간 속에 사는 그리스도인인데 굳이 그런 표어를 영구표어로 할 필요까지 있을까 하면서도 참 의미 있는 표어라고 달리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란 뜻인데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다시 묻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회 속에서 교회가 욕을 먹는 대부분은 그리스도의 정신과 가치대로 살지 않으면서 그리스도인을 표방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희선님이 지은 시가 주님의 마음을 잘 드러내 줍니다.

“높은 것 낮은 것도 구별할 줄 모르고, 좋은 것 싫은 것도 골라낼 줄 모르고, 손해 이익 따위 계산할 줄 모르고, 네 편 내 편도 만들 줄 모르는 하나님은 바보. 오직 하나, 사랑만 아시는 사랑밖에 모르는 하나님, 바보!”(‘하나님 바보’ 중에서)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그리스도인은 성경책을 보고 예수를 믿지만,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을 보고 예수를 믿는다”고 했습니다. 불신자에게는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바로 살아 있는 성경책이요 그리스도의 편지란 뜻입니다. 주님은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마 7:16)고 말씀하십니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보여주는 열매는 어떤 것일까요? 메시지가 좋아야 하지만 그보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가 좋아야 합니다.

메신저가 곧 메시지가 돼야 합니다. 주님이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 사랑은 메시지를 온전하게 하신 메신저의 모범입니다. 수화를 사용하는 언어·청각장애인들에게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소용없습니다. 그들이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는 수어입니다.

불신자들은 말보다는 행동하는 삶을 보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찬송가 511장 2절에 “멀리 가서 이방사람 구원하지 못하나 네 집 근처 다니면서 건질 죄인 많도다”라는 것처럼 한국교회가 각자의 자리에서 삶으로 주님을 보여주기를 소망합니다.

김종생 목사(소금의집 상임이사)

◇김종생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목사입니다. 신학과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취약계층부터 결핍과 상실의 아픔을 겪는 이들을 지원하는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