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위성 발사 실패했지만… “北, 2차 발사는 성공할 것”

입력 2023-06-17 04:05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천리마 1형’ 로켓이 지난달 31일 평안북도 동창리의 새 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뒤 공언했던 ‘빠른 기간 내 2차 발사’가 늦어지고 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기간(5월 31일~6월 11일)은 이미 지났다. ‘우주 강국’을 지향하는 북한으로서는 체면을 단단히 구긴 셈이다. 다만 한·미·일은 북한이 언제든 예고 없이 2차 발사를 강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북한의 기술력 자체가 크게 미흡하지 않기 때문에 2차 발사는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이 재발사를 통해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려 정상적으로 운용한다면 우리 군에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각종 군사작전 정보가 노출되면서 북한 핵·미사일의 목표 타격 정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간 쫓겨 서두른 탓에 발사 실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과제로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제시했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2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하며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3월에는 김 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NADA)을 시찰하고 5년 내로 다량의 정찰위성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 중요시험을 진행했다면서 올해 4월까지 발사 준비를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4월이 되자 김 위원장이 다시 NADA를 찾아 정찰위성 제작 완성을 선언했고, 5월 31일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했다.

그러나 만리경 1호는 발사체 1, 2단 분리 과정 중 엔진과 연료 결함으로 추락했다. 북한은 발사한 지 2시간30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NADA는 “엄중한 결함을 구체적으로 조사 해명하겠다”며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차 발사 실패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른 시일 안에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지상 최종점검이나 환경 실험 등에서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두 차례 궤도 진입했으나 ‘죽은 위성’


북한의 위성 발사는 25년 전부터 시작됐다. 첫 위성은 1998년 8월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대포동 1호 로켓에 실어 쏘아 올린 ‘광명성 1호’다. 당시 북한은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주장했지만, 한·미 당국은 실패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2009년 4월에는 무수단리 동해위성발사장에서 은하 2호 로켓에 ‘광명성 2호’를 실어 발사했다. 북한은 이때도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한·미뿐 아니라 러시아도 실패로 규정했다.

2012년 4월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광명성 3호’를 발사했을 때는 북한이 곧바로 실패를 인정했다. 다만 그해 12월 발사에는 성공해 ‘광명성 3호 2호기’를 궤도에 올렸다.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 10주년이던 지난해 12월 조선중앙통신은 “우주 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우리 조국과 인민이 경제강국의 영마루에 반드시 승리의 깃발을 꽂게 되리라는 것을 실체로 증명한 민족사적인 대경사”라고 자찬했다.

2016년 2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광명성 4호’도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이처럼 북한이 ‘위성 발사’라고 발표한 것은 만리경 1호까지 포함해 총 6차례다. 우리 군은 여기에 더해 2006년 7월에도 북한이 위성 발사를 시도했던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이 쏘아 올린 광명성 3호 2호기와 광명성 4호는 지금도 궤도를 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두 위성의 지상관측 영상·사진을 공개한 적이 없고, 위성과 지상 기지국 간 신호 송수신도 탐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위성은 정상 작동되지 않는 상태로 추정된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는 “북한 위성 2개를 ‘죽은 위성’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北 위성, 핵·미사일 타격 정확도 높여

‘죽은 위성’이라도 궤도에 안착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기술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기술력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며 “최근 발사 실패가 기술적인 능력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도 “북한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무서운 부분”이라며 “이번 발사 실패 경험이 축적된다면 더 확실하게 위성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담화에서 “확언하건대 군사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궤도에 정확히 진입해 임무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의 호언대로 2차 발사에 성공해 정찰위성이 정상 작동한다면 북한 핵·미사일의 타격 정확도가 높아질 수 있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표적의 획득은 현대전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정찰위성을 통해 표적 관련 정보가 제공될 것”이라며 “부대 배치나 목표 타격에서 북한의 정보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위성 발사·운용을 제한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실장은 “압박도 가능하지만 무기로만 위협할 게 아니라 외교적인 방식으로 북한을 설득해서 정상적인 국가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장기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