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물가지수 2년來 최저 상승… 이달 금리 동결 무게

입력 2023-06-14 04:07
지난 12일(현지시간)미국 뉴욕의 린컨 마트에서 한 시민이 쇼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4.0% 상승했다. 상승 폭은 지난해 6월 고점(9.1%)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고, 11개월 연속 내림세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달 긴축을 ‘일시 중단’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은 13일(현지시간) 5월 CPI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0%로 전월(4.9%)보다 0.9% 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2021년 3월의 2.6% 이후 최저 폭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공급망에 영향을 주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시작했던 2021년 4월(4.2%)보다 낮다. 전월 대비 상승 폭도 0.1%로 직전 달(0.4%)보다 감소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3% 상승해 역시 전월의 5.5%보다 하락했다. 2021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뉴욕타임스(NYT)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는 연준의 압박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최신 증거”라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지만 의미 있게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데이터는 이날부터 시작되는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금리 방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해 금리를 5.25%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여러 연준 관리는 최근 그동안의 긴축 효과를 평가할 시간을 갖기 위해 금리 인상을 잠시 멈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도 CNBC방송에서 “연준이 이번 주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은 연준이 14일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통화정책 방향을 전면 전환하는 건 아닐 것으로 전망했다. 일시 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이달 금리 동결 전망은 80% 수준이지만 7월에는 0.25% 포인트 인상 전망이 과반(58.5%)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가 상승이 둔화하고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여전히 연준 목표치인 2% 수준보다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전날 발표한 5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서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4.1%를 기록했다. 둔화가 완만히 진행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번 달 데이터는 1년 전 물가 지수(8.6%)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역 기저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