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의혹 중 가장 늦게 수면 위로 떠오른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검찰은 성남시가 호텔사업 경험이 없던 시행사를 선정하게 된 배경 등 특혜 의혹 전반을 추적하는 중이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안태준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 등 이 대표 주변인물과 시행사 간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도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전날 베지츠종합개발 사무실 등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 성남시가 자체 감사 내용을 정리해 제출한 공유재산 대부계약 관련 자료 등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베지츠 실소유주 황모씨가 대표로 있는 P컨설팅업체는 2013년 성남시에 숙박시설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했다. 베지츠는 2년 뒤인 2015년 1월 성남시와 호텔 설립을 위한 협약을 맺었으며, 이후 성남시는 자연녹지지역이던 시(市) 소유 부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줬다. 특정 인사가 호텔 관련 연구용역부터 호텔 개발까지 독점하는 구조다 보니 특혜 의혹이 불거졌었다.
성남시의회에서도 여러 차례 관련 질의가 있었다. 2017년 6월 경제환경위원회 회의에서 A의원은 “호텔업과 관련해서 수많은 기업이 있는데 왜 그 업체여야 되느냐”고 따졌다. 베지츠 측과 처음 접촉한 부서로 지목된 전략추진팀의 당시 팀장 김모씨는 “해당 업체에서 저희 부서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다”고 답변을 얼버무렸다. 김씨는 성남FC 사건 공소장에 “이 대표, 정 전 실장과 공모했다”고 적시된 뇌물 혐의 피고인이기도 하다.
황씨와 정 전 실장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 제기도 있다. 황씨는 성남FC 사건에서 정 전 실장 지시를 받고 차병원 측에 접촉해 성남FC 후원금을 받아낸 인물이다. 이후 P컨설팅업체는 10억원대 용역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돈이 성남FC 사건 관련 대가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산업진흥원 이사였던 안 전 부사장이 황씨가 소유한 또 다른 회사의 사내이사로 5년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베지츠 측은 “성남시와 상호협력서를 체결하던 시점에 정 전 실장과 일면식도 없었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안 전 부사장과 관련해서도 “성남시가 당초 30년 무상대부를 약속했다가 대부료를 요구해 당시 성남시장과 같은 당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안 전 부사장을 정책자문이사로 영입했지만, 그를 통해 어떤 도움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