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급증에 “미니가 잘 나가”… 애플수박·망고수박 대세

입력 2023-06-14 04:04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작은 크기의 수박이 많이 팔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1일부터 31일까지 소형 품종인 ‘망고수박’과 ‘애플수박’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3%, 184% 증가했다고 13일 밝혔다. 연합뉴스

혼자 사는 직장인 성모(35)씨는 집 근처 대형 마트의 수박 커팅 서비스를 애용한다. 성씨는 13일 “1인 가구다 보니 냉장고가 작아 수박 한 통을 사면 다 못 먹고 버리기 일쑤였다”며 “커팅 서비스 덕분에 수박을 챙겨먹고 있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수박의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 과거엔 ‘작은 수박은 맛이 없다’는 인식 때문에 큰 수박이 잘 팔렸지만, 이제는 오히려 혼자 먹을 수 있는 작은 수박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껍질을 깎고 작게 잘라주는 커팅 서비스도 인기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1~31일 온라인의 망고수박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3% 뛰었다고 13일 밝혔다. 같은 기간 애플수박의 매출 역시 184% 늘었다. 두 품종 모두 크기가 작은 것이 특징이다. 7㎏ 미만 소형 수박의 매출은 전년보다 57% 증가했다. 특히 해당 기간 전체 수박 매출에서 4~6㎏의 수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9㎏의 대형 수박의 매출 비중이 60%였던 것과 상반된다.

작은 수박의 수요를 확인한 이마트는 올해 소형 수박 물량을 30% 가량 확대했다. 지난해 이마트에서 소형 수박과 대형 수박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각각 62.9%와 8.6%로 큰 차이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달 1일 본격적으로 수박 판매를 시작한 뒤 지난 12일까지 5㎏ 미만 소형 수박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늘었다. 반면 5㎏ 이상 대형 수박의 매출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소용량 수박 수요가 늘자 이마트24는 ‘커팅 수박’을 팔기 시작했다. 위생 문제 때문에 편의점들은 커팅 수박을 판매하지 않고 있었지만 시장성을 확신하고 시도한 것이다. 수박의 껍질을 제거한 뒤 절반만 잘라파는 ‘껍질없는 반통수박’, 한입 크기로 자른 수박을 다양한 용량으로 담아낸 ‘아침을 여는 수박도시락’ 등 총 4종의 커팅 수박을 출시했다. 위생 관리를 위해 발주-생산-입고에 이르는 시간을 24시간 이내로 줄였다.

백화점과 마트의 커팅 서비스도 인기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 등 일부 점포에서 과일을 손질해주는 ‘프레시 테이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하루 평균 이용자가 200여 명에 달해 2~3시간씩 대기가 발생할 정도다.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3개 점포의 과일 구매 고객 수는 타 매장보다 20~30%가량 많다. 롯데마트의 제타플렉스에선 5월 중순 수박 시즌이 시작되자 과일 커팅 서비스 ‘스윗 슬라이스’의 이용객이 3배 이상 늘었다. 전체 이용객의 90%가 수박 구매 고객이다.

이같은 추세는 1인 가구 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33.4%로, 전체 가구 형태 중 가장 비중이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작은 수박 품종을 개발하는 시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소형 수박의 물량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