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 대사 발언 부적절 우리 국민 아주 불쾌”

입력 2023-06-14 04:07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2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우리 국민들이 아주 불쾌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마무리발언에서 “한·중 관계는 상호존중과 우호증진, 공동이익의 추구라는 대원칙으로 해오고 있었다”며 “(싱 대사의 발언은) 상호존중, 우호증진의 의지가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라고 지적했다고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전했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진 만찬에서 “(한국은)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는 것 같은데,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며 “앞으로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해 내정간섭 논란이 크게 일었다. 윤 대통령은 싱 대사의 발언이 대사로서 주재국에 할 수 있는 발언의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싱 대사 발언에 대해 “중국 측이 이 문제를 숙고해보고 우리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 측에 싱 대사의 교체 등 책임 있는 외교적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에 있는 (중국의) 최고위 외교관으로서 선린우호 관계에 매진하면서, 아무리 문제점이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비공개로 풀어나가고 협의하고, 우호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외교관의 직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싱 대사의) 발언은 두 가지 문제점을 갖고 지적하겠다”면서 “첫째는 (싱 대사가) 한·중 무역관계를 설명하는 논리 자체가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싱 대사가 이 대표와의 만찬에서 “대한민국 입장에서 중국은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전환돼 경제가 많은 곤란에 봉착했다”면서 “탈중국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발언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둘째는) 대한민국은 외교정책 노선에 있어 헌법정신을 기초로 자유민주주의 국가 및 동맹국과 협력하면서 동시에 상호존중·호혜의 원칙에 따라 건강한 한·중 관계를 만들어간다고 밝혀왔는데, (싱 대사는) 마치 그런 정책이 편향적이고 특정 국가를 배제한다는 듯한 곡해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싱 대사에 대한 조치를 거부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측의 입장 표명과 함께 일부 매체가 싱 대사 개인을 겨냥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인신공격성 보도를 한 점에 주목한다”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문동성 기자,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