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정부가 쿠바에서 도청 기지를 운영해 왔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미·중 관계를 가늠할 최대 이벤트인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이 외교적으로 민감한 현안을 공론화하면서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에서 이탈리아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우리 정보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 쿠바에 있는 정보 수집 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에 인접한 쿠바에 도청 기지를 가동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인정한 것이다. 그는 “전 정부에서 이를 인지하고 다루려는 일부 시도가 있었지만 충분한 진전이 없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 문제에 조용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왔고 이러한 외교적 노력이 중국의 시설 확장 시도를 늦췄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가 “거짓은 진실일 수 없고 진실은 거짓일 수 없다”며 쿠바 내 도청 시설 가동을 부인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미·중 간 도청 기지 논쟁이 불거지면서 오는 18일쯤 예정된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재로선 양측이 고위급 회담 전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최근 “최악의 상황과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미·중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