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에 대해 “주권 국가인 한국을 압박하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 정부가 싱 대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 반응하지 않고 한국 언론 보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존 커비(사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싱 대사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분명히 일종의 압박 전략(pressure tactic)이 사용된 것처럼 보인다”며 “한국은 독립적인 주권 국가이며 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훌륭한 동맹이자 친구”라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한국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외교정책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며 “특히 우크라이나와 관련해서 우리는 한국이 제공하는 지원에 감사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제3국 간 외교 갈등에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 외교부는 싱 대사를 소환하거나 교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싱 대사가 한국의 각계각층 인사와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의 직무이며 그 목적은 한·중 관계 발전을 유지하고 추동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한국 측은 중국과 마주 보고 나아가며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매체는 싱 대사를 적극적으로 두둔하면서 공격적인 주장을 이어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정부는 과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다가 지금은 한쪽 편에 서서 미국에 베팅하고 있다”며 “이는 과격하고 이성을 잃은 도박꾼의 정신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 “대국이 되려는 야망과 실제 편협한 행동 사이의 불균형으로 인해 한국 외교는 연약하고 미숙하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 편집장을 지낸 중국의 대표적인 관변 언론인 후시진도 SNS에 글을 올려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중국에 시비를 걸고 있다”며 “한국은 중국 관련 문제에서 제2의 호주가 된 듯한데 정작 호주는 대중 관계를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중국은 호주가 2020년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요구하고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품 사용을 제한하자 호주산 석탄, 소고기, 와인 등의 수입을 막는 등 경제보복을 가했다. 그러나 최근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전웅빈,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