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켜진 2금융권 연체율… 우리카드 가는 금감원장에 술렁

입력 2023-06-14 04:05
국민일보DB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다음 상생금융 행선지로 우리카드를 정하며 제 2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업체의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감원장의 이번 행보가 2금융권에 대한 자발적인 고통 분담 압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달 마지막 주 우리카드가 주최하는 상생금융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 2월부터 4대 금융지주를 돌며 상생금융을 강조하던 이 원장이 2금융권 현장을 찾는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원장은 행사에서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이자 부담 완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9월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 대책이 종료되는 만큼, 카드사들의 자발적인 상생금융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는 이 원장의 방문에 맞춰 다양한 상생금융 보따리를 풀어놓을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와 연계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는 방안, 카드사 대출을 연체한 차주에 대한 금리 인하 및 채무 조정 방안 등이 거론된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세부 내용은 금감원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카드에서 먼저 자체적인 상생방안을 내놓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격려 차원에서 방문하는 것이지 카드사나 2금융권에 상생 방안을 만들라는 요구를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장사’ 논란이 있던 은행과 달리 2금융권은 건전성 관리가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2금융권 연체율은 급증세다. 지난 3월 말 기준 카드사의 전체 연체율은 1.53%로 지난해 12월 말(1.20%)은 물론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12월 말(1.43%)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캐피탈사의 건전성 지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2021년 12월 말 0.86% 수준이던 총채권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1.25%, 올해 3월 말 1.79%까지 치솟았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전반의 연체율 증가세가 위험 수준은 아니라고 했지만, 내주부터 카드사·캐피탈사를 포함한 2금융권 18개사에 대한 연체채권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2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우리카드 방문을 사실상 자발적인 상생 금융을 유도하는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주도적으로 상생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운 상황에서 카드사 등이 스스로 고통 분담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카드사는 금리 인상 전보다 지금이 더 어려워졌다”면서 “현실적으로 카드사가 능동적으로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 다음으로 금융 소비자들과 밀접한 카드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희 김혜지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