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매진된 영화 ‘비상선언’… 관객수 조작 의혹 CGV 등 수사

입력 2023-06-14 04:07
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제공

경찰이 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사와 영화 배급사 6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중 ‘유령 상영’ 편법으로 박스오피스(영화별 입장관객수) 순위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13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운영하는 영화관 1곳씩 총 3곳과 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키다리스튜디오 배급사 본사 3곳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들이 서로 공모해 특정 영화의 관객 수 순위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들이 전산상으로만 관객 숫자를 늘려 영진위의 실시간 순위 집계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영진위는 이들로부터 전산으로 정보를 받아 영화별 관객수와 매출액 등 박스오피스를 집계하는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KOBIS)을 운영한다.

조작 의혹이 불거진 영화는 지난해 개봉한 ‘비상선언’ ‘뜨거운 피’와 2021년 개봉한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4~5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쇼박스가 배급했던 비상선언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8월 극장이 닫혀 있던 새벽 시간대에 비상선언 상영관이 수차례 매진돼 관객들의 의심을 샀다. 쇼박스 측은 “메가박스에서 심야상영 이벤트를 앞두고 내부 테스트를 했다. 박스오피스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나, 해당 건이 영진위 집계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키다리스튜디오(당시 키다리이엔티)가 배급했던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새벽 시간대에 관객 수가 집계됐다는 의혹이 일었었다. 이 영화는 2021년 5월 26일 박스오피스 순위가 24위까지 내려갔다가 이틀 뒤 4위까지 급상승했는데, 이를 두고 새벽 시간대 영화를 편성하고 임의로 매진시키는 유령 상영 방식의 편법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이외에도 다수 영화의 박스오피스 조작 정황을 잡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멀티플렉스사와 배급사 측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