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다 빠른 스피드, 물체 투과 능력을 지닌 DC의 슈퍼히어로 플래시의 첫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간 저스티스 리그에서 활약해온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플래시’가 14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겉으로 보기엔 소심하고 평범한 청년인 배리 앨런(에즈라 밀러)은 슈퍼히어로 플래시가 되는 순간 초광속으로 달리며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한다.
어느 날 그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리는 어린 시절 강도 사건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 토마토 캔 하나만큼의 변화는 괜찮을 거라고 믿었다. 어머니의 장바구니에 토마토 캔을 넣어두면 아버지가 캔을 사러 나가 집을 비우는 일도 없을테고, 강도가 어머니를 죽이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은 캔 하나는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를 바꾸고 돌아오던 중에 배리는 엉뚱한 시간대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열 여덞 살의 또 다른 자신과 마주한다. 그곳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었다. 또 다른 차원의 지구이기도 했다. 이쪽 지구는 자신이 바꿔놓은 과거 때문에 슈퍼히어로를 잃었다.
배트맨도, 슈퍼맨도 없는 지구를 DC 최강의 빌런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이 무자비하게 침공하고 있었다. 두 명의 배리는 시간의 차원이 붕괴한 지구를 구하기로 한다. ‘배트맨’을 은퇴한 후 칩거하던 브루스 웨인, 크립톤 행성에서 온 슈퍼걸 카라 조엘(샤샤 카예)의 도움을 받는다.
두 명의 배리가 등장하면서 플래시의 액션적 쾌감도 두 배가 된다. 두 명의 플래시가 전광석화처럼 화면을 누비는 액션이 스크린 가득 화려하게 펼쳐진다. 외모는 같지만 서로 다른 성격의 배리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과거를 바꾸기 위해 날아온 배리는 자신이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기 위해 열중한다. 반면 철없고 장난기 가득한 10대의 배리는 그저 이 상황이 신난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 보여주는 케미는 웃음을 자아낸다. 반가운 얼굴도 등장한다. ‘원조 배트맨’인 마이클 키턴이 30년여년 만에 배트맨으로 나타난다.
영화는 화려한 액션뿐만 아니라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도 챙겼다. 엉망이 된 지구를 돌려놓기 위해 배리는 시공간을 다시 이동한다. 어머니의 장바구니에서 토마토 캔을 다시 빼놓으며 결국 눈물을 흘린다. 비록 성인이 된 배리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어머니는 마트에서 만난 낯선 청년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다독인다.
최근 몇 년간 성적이 부진했던 DC에게 확장 유니버스의 마지막 작품인 ‘플래시’는 야심작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스펙터클한 볼거리, 압도적인 스케일로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해외에서도 캐릭터의 매력과 개연성, 완결성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다만 시공간의 이동, 멀티버스 세계관 등은 다른 히어로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144분. 12세 관람가.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