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횡령 사건에 ‘본부 근무 5년 제한’ 둔 우리銀… 내부선 부글부글

입력 2023-06-14 04:03
우리은행이 본점 부서(본부) 근무 기간을 최장 5년으로 제한하는 내부 인사 원칙을 세우고 최근 공지했다. 지난해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던 700억원 횡령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연합회(은행연)가 만든 모범 규준 형태의 가이드라인을 차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임직원은 본점에 한번 들어오면 부서를 막론하고 최장 5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인사부가 특정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을 골라내 ‘전출 대상자 명단’을 만든 뒤 영업점으로 내보낼 예정이다.

문제는 이 인사 원칙이 자산관리(WM) 관련 부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WM은 기업 대 소비자(B2C) 금융 상품 이해도와 고액 자산가 고객과의 인맥이 업무 성과를 가른다.

이에 따라 입행 초기 WM 부서에 진입하는 경우 영업점에 나가기보다는 본점 내 유관 부서를 순회하며 꾸준히 전문성을 쌓는 사례가 많다. 4대 시중은행 중 나머지 3곳(KB국민·신한·하나은행)도 은행연 모범 규준을 가져와 비슷한 규정을 만들었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점을 십분 고려해 WM 부서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둔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WM 부서 소속 직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은행 직원은 “700억원 횡령 사건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부실해 벌어진 일인데 왜 본부 근무 기간을 제한해 해결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가뜩이나 WM은 시중은행 간 경쟁이 몹시 치열한데 불합리한 인사 원칙 탓에 유관 부서의 근원 경쟁력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우리은행 직원은 “WM 업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면서 “금융권에서 수십 년 근무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왔음에도 일어나는 일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