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교회 앞.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최근 주일 아침, 행색이 초라한 남성이 앉아 있다. 누가 봐도 거리의 노숙인이다. 남루한 이불을 덮고 지저분한 웃옷으로 비를 피하는 이 남성. 그 곁으로 예배를 드리러 온 청년들이 지나간다. 혹시 시비가 붙을까 최대한 거리를 두며 돌아가는 사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갈 길을 가는 이…. 몇몇은 노숙인에게 말을 걸거나 음식을 나눠주고 경찰 등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노숙인은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다.
서울 강북구 벧엘선교교회(김성숙 목사) 이종찬(38) 전도사가 지난 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종리스찬TV’에 공개한 교회 앞 노숙인과 관련한 사회실험 영상 속 장면이다. 교회 앞에서 2시간여를 노숙인으로 앉았던 이 전도사는 곧바로 설교 단상에 올라 청년들에게 말씀을 전했다. 노숙인 차림 그대로였다. 그는 이 교회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다.
영상에는 청년 성도들의 놀라는 얼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전도사는 설교에서 “제가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저와 여러분이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교회에 나오면서 정말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신 목표인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를 도우려 할 때 안 되는 조건이 많지만 모든 것을 뒤로하고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를 마음의 준비가 정말 돼 있는가. 그 길로 함께 나아가고 있느냐를 같이 생각해보자”고 덧붙였다. 단순히 노숙인을 돕고 말고의 피상적 행동이 아니라 기독교인으로서 소외된 이웃을 사랑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일에 힘쓰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교회 청년들은 “주의 사랑을 닮아가는 방법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하나님 사랑을 체험한 사람으로서 그 사랑을 흘려보내는 데 더 힘쓰겠다고 다짐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한 청년은 노숙인으로 분한 이 전도사를 교회 식당 안으로 이끈 성도를 언급하며 “권사님들의 행동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영상은 올린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13일 현재 43만여 조회 수를 기록하며 온라인으로 퍼졌다.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겠다” “주님의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했지만 일상에서 그렇게 살지 못한 나를 돌아보게 됐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4년 전 미국의 대형교회인 하비스트바이블채플(Harvest Bible Chapel) 설립자인 제임스 맥도널드 목사도 비슷한 영상을 제작해 기독교인에게 큰 울림을 준 바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