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사회는 사교육 시장의 천국이다. 학생 수준에 따라 선명하게 구분되고 나뉘어져 따로 따로 교육이 이뤄진다. 전문화된 시스템 아래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유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영재교육과 조기교육, 글로벌한 선행학습이 대세를 이루는 게 현시대의 전반적인 흐름인 것 같다. 자녀들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게 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일하고 있는 게 요즘 부모들의 모습이다.
공동체라는 하나의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아가는 게 반세기 전쯤 새마을 운동 시대의 기본적인 흐름이었다면, 최근에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맞이함이 당연한 대세요,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라고 여기며 하루하루를 빠르게 무언가에 쫓기듯 달려가는 패턴의 연속이라고 느껴진다.
그리고 ‘상생’ ‘동행’이라는 단어는 항상 존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동반자’의 모습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고 여겨지는 현대사회가 됐다. 그래서 글쟁이와 작곡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나의 마음 한쪽 구석엔 늘 시린 온도의 창백함이 그림자로 남아 있다.
그 모든 그늘의 시작점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였다. 일주일마다 치러야 하는 주간시험과 월말고사, 모의고사,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전쟁을 치르듯 견뎌내야 했다. 아마 그 당시 고등학교들은 약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성적우월주의’로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초등학교, 중학교 때와는 사뭇 다르게 문교부에서 통일성 있게 나눠주던 하나의 교과서를 출판사가 다른 5종의 형태로 접하게 됐고, 배우지도 않았던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까지 익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마치 공부벌레를 사육하듯 날마다 우등반, 열등반의 체제로 돌아가는 고교시절의 냉혹함은 ‘생존본능’만을 불태우며 삶을 배웠던 훈련소 같았다.
그래도 감사한 추억의 실타래가 있다면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기생들 중 뮤지션이라는 구역에서 지금까지 서로 기억되는 이름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윤미래’라는 걸쭉한 보컬이 있던 그룹 업타운의 리더 ‘정연준’은 같은 반 친구인 정연두의 친동생 동문, 담다디 이상은의 다른 히트곡 작곡가로 유명한 기타리스트 겸 보컬 트레이너 ‘안진우’, 캡틴퓨쳐로 활동했던 ‘송재준’ 등.
그 중에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뜨겁게 숨 쉬고 있는 이름은 여러 유명 가수들이 리메이크 한 노래, ‘옛 친구에게’ 가사의 실제 주인공이 된 ‘김형우’였다. 나의 짝이었으며 함께 아마추어 밴드를 만들었고 면목동에 살던 친구 형우. 비내리는 날을 억수로 좋아했기에 ‘형우’의 ‘우’가 ‘비 우’라고 늘 우겼던 녀석 형우.
세계적인 전설의 록그룹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를 늘 따라했던 무명 기타리스트 형우. 피튀기던 고교시절을 살아낸 건 바로 그 녀석과의 동행 때문이었다. 지금도 돌아보면 40년 광야 생활 이후 가나안 땅에 함께 들어갔던 여호수아와 갈렙의 동반자 모습을 감히 닮은 우리였다고 추억의 일기장엔 적혀 있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