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성 목사의 하루 묵상] ‘한국의’ 한국기독교를 다시 생각하다

입력 2023-06-14 03:04

최근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 6월 모임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중 한 분의 발제가 있었습니다. 그분의 말씀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전 세계 230여개국 중 최고의 나라는 대부분 기독교적 가치 위에 세워진 나라이며 불과 140여년 만에 대한민국이 여기에 근접하는 기적에 동력을 준 것은 한국교회라고 했습니다.

그분은 기독교의 공헌을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는 봉건적 사회를 종식한 것인데 미신과 토속신앙, 봉건적 계급제도, 남녀차별, 사농공상의 신분 제도 등을 극복하고 근대적 교육과 의료 및 가치의 문을 열었다고 했습니다. 둘째는 반식민 투쟁을 벌인 것인데 3·1운동 독립협회 만민공동회 물산장려운동 105인사건 등에 기독교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셋째는 공산 독재체제와 맞서 나라를 수호한 일이며 이런 기독교 정신에 근거해 이 땅에 자유민주 질서가 자리를 잡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분은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기독교의 공헌에 대해서도 기독교의 수난에 대해서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기독교는 6·25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서 이뤄진 일은 국가 기관, 특히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경에 의해 피해를 당한 사람을 찾아내고 보상하는 일에 매달려 왔고 반대로 인민군에 의해 학살당한 국민에 대한 조사도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군경에 가족이 살해됐다고 신고하는 이들을 조사해 보면 인민군에 학살당한 것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거짓 신고를 하는 이유는 인민군에 죽었다고 하면 아무 보상이 없지만 군경에 피해를 입었다고 하면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결과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경은 국민을 죽인 괴물이 되고 인민군의 만행은 그대로 묻힌다고 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역사 왜곡이라 했습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6·25전쟁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한국기독교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했습니다. 1차 조사 결과 피해자 830명, 피해 교회가 253곳이었고 2차 조사 결과 피해자 321명, 피해 교회 38개가 추가됐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중에는 집단 학살도 많았는데 염산교회 77명, 병촌교회 66명, 야월교회 65명, 백수읍교회 35명 등입니다.

오늘 글의 제목을 ‘한국의 한국기독교를 다시 생각하다’라고 했습니다. 한국에 있으니 당연히 한국기독교입니다. 그런데 ‘한국의’란 부분을 넣은 이유는 우리가 한국에 있음을 다시 한번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한국에 있습니다. 한국기독교는 그런 의미에서 가장 한국적이고 한국을 위한 기독교가 되어야 합니다. 세계 선교와 섬김이 필요하지만 1차적으로 우리는 한국에 있는 한국기독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러 면으로 많이 어렵고 혼란스럽습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살면서 한국기독교가 대한민국을 위해 할 일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믿음의 선배들이 하셨던 일과 당했던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무겁습니다. 한국의 기독교인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진 대한민국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약해 보이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인 기도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는 복 있는 백성이 되길 원합니다.

김운성 영락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