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운영 미숙·특혜 의혹에 흔들리는 ETN시장

입력 2023-06-13 04:05
뉴시스

상장지수증권(ETN) 제도와 관련한 형평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증권사 실수로 조기청산 요건에 해당되도 상장이 유지될 상품이 추가로 확인된 데 이어 특정 증권사의 상품이 특혜 상장됐다는 의혹도 일고있다(국민일보 6월6일자 14면 보도 참조).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설명서에 조기청산 요건을 뺀 채 상장된 ETN이 NH투자증권에만 추가로 7개나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증권사 실수로 조기청산 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 NH증권의 천연가스 ETN과 다른 것들이다. ETN은 증권사가 특정 지수의 수익을 추종하도록 만든 파생결합증권이다.

최근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N 상품 대부분이 상장 폐지됐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장 종료 시점 ETN의 실시간 지표 가치가 1000원 미만으로 내려가면 ETN 조기청산 사유가 발생한다. ETN이 1000원 미만의 ‘동전주’로 거래되면 투기 수요가 몰리는 등의 시장 부작용을 막기 위해 만든 규정이다. 이 때문에 이달 초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등 6개 증권사의 레버리지 ETN이 조기청산 요건에 해당해 모두 상장 폐지됐다.

하지만 NH증권의 천연가스 ETN은 예외다. 조기 청산 요건이 됐지만 NH증권이 투자설명서에 조기 청산 요건 약정을 포함하지 않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변동성이 높은 상품만 제한적으로 조기청산 요건 약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투자설명서는 금감원에서 심사하는 것이지만, 올해부터 상장 심사 때 투자설명서를 첨부하도록 해 거래소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모든 ETN 투자설명서 본문 첫 페이지에는 ‘정부가 증권신고서의 기재사항이 진실 또는 정확하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이 증권의 가치를 보증 또는 승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기재돼 있다. 금감원은 “발행사의 증권신고서류가 접수되면 조기청산 요건 적정기재 여부를 잘 살펴 기재누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래소의 ETN 제도 운영의 미숙함은 재상장 때도 드러났다. 모든 ETN 상품은 만기가 있다. 거래소는 투자의 영속성을 위해 만기에 따른 상장폐지 전에 같은 구조로 설계된 후속 상품을 재상장시킨다.

다만 특정 증권사의 후속 상품을 이례적으로 일찍 상장시키면서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삼성증권의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의 경우 7월 18일에 상장폐지가 예정돼 있지만 거래소는 4월 28일 동일한 구조의 후속상품을 상장시켰다. 잔여일을 81일이나 준 것이다. 덕분에 삼성증권은 3개월 가까이 2개의 천연가스 선물 ETN을 운용하게 됐다.


보통 거래소는 ETN 재상장 잔여일을 한 달로 잡는다. 하지만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 앞서 한투증권의 ‘TRUE 인버스 유로선물’이나 NH증권의 ‘QV S&P500 VIX S/T 선물’의 재상장 잔여일은 각각 5일과 8일에 그쳤다. 거래소 관계자는 “천연가스 ETN이 대거 조기청산 되면서 투자자를 위해 일찍 상장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ETN 논란이 이어지면서 투자자 신뢰 하락과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같은 천연가스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지만, 결과적으로 NH증권 상품 투자자만 손실 확정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날 기준으로 NH 레버리지 천연가스 ETN은 실시간 지표 가치가 1000원 이상으로 반등한 상황이어서 해당 상품 투자자들은 손실 폭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NH증권은 “가격왜곡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동성을 공급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김준희 김혜지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