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캔모아, 신나는 역주행

입력 2023-06-13 04:03 수정 2023-06-13 11:46
방문객들이 12일 인천 ‘캔모아’ 부평직영점의 그네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보며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12일 인천시 부평구의 한 상가 앞. 왼손으론 여자친구 우모(31)씨의 손을 잡고, 오른손엔 스마트폰을 든 채 지도를 보며 걷던 전모(29)씨가 멈춰섰다. 전씨는 2층에 걸린 무지개 색깔의 ‘캔모아(CANMORE)’ 간판을 올려다보곤 우씨를 향해 웃어 보였다. 이들이 찾은 곳은 지난해 12월 문을 연 캔모아 부평직영점. 전씨는 “여자친구도 나도 고등학생 때 캔모아를 자주 다녔었는데, 서로의 추억을 나누면 재밌을 것 같아서 데이트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2000년대 인기를 끌었던 카페 캔모아가 뉴트로 바람을 타고 ‘부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밀려 현재는 전국에 11개 매장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최근엔 새로 매장을 출점하고 편의점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캔모아에 즐겨가던 학창시절을 그리워하는 20~30대뿐 아니라 10대와 40대 고객도 매장을 찾는다.

매장에 들어서면 창 쪽에 설치된 그네의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네의자는 과거 캔모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총 5개의 그네에는 분홍색, 노란색, 빨간색의 장미 조화와 알조명이 화려하게 장식돼있다. 요즘 카페에선 찾아보기 힘든 ‘한물간’ 인테리어지만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촌스러운 디자인을 고수했다. 이날 그네의자는 오후 내내 만석이었다.

4인 테이블엔 네발의자가 아닌 흔들의자가 마련됐다. 이 역시 과거 캔모아의 인테리어를 재현한 것이다. 3명의 동갑내기 친구들과 캔모아를 방문한 A씨(35)는 흔들의자에 앉아 옛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캔모아에 오기 위해 모임 장소를 부평으로 정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오늘이 첫 방문”이라며 “그때 자주 먹던 빙수와 파르페를 시켜 SNS에 인증샷도 올렸다”고 말했다.

캔모아는 3년 전 인기 유튜브 콘텐츠인 ‘08학번이즈백’에 등장하면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려내 ‘대박’을 친 콘텐츠다. 캔모아의 ‘생크림 무한리필 토스트’ ‘흔들의자’ ‘공중그네’ 등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늘면서 ‘놀면뭐하니’ ‘지구오락실’ 등 공중파 예능에까지 캔모아가 출연했다.


부평직영점 오픈은 김종규 캔모아 본부장이 대표에게 제안했다. 캔모아의 몸집이 줄어들면서 퇴사를 했던 김 본부장은 트렌드를 감지하고 다시 캔모아에 입사해 직영점 출점을 준비했다. 2012년도 전국 500여개였던 매장이 10개까지 줄었던 상황에서 신규 출점은 모험이었다. 첫 직영점이 기대 이상의 수익을 얻으면서 다음 달엔 더 큰 규모의 직영2호점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편의점도 캔모아와의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캔모아와 손잡고 ‘피치후르츠크림샌드위치’ ‘요거트피치파인애플샐러드’ 등을 내놨다. 포장에는 캔모아의 전성기 당시 브랜드 로고와 색상을 살렸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구매력 있는 소비층인 20~30대가 추억에 열광하고 있다”며 “이들이 캔모아에서 디저트를 먹던 시절을 떠올릴 수 있도록 제품을 기획했다”고 했다.

인천=글·사진 구정하 기자 goo@kmib.co.kr